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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Aug 28. 2020

고마워, 정말 고마웠어.

타이밍, 모든 게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했다.

2017.10.28, 토 오후


  내려오면서 잠시 흐려졌던 날씨의 영향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하루 더 편하게 푹 쉬고 내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물론 내일은 비행기가 정상 운행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12박 13일 동안 함께해준 라즈에게 관례적으로 주는 소정의 팁을 줬다. 라즈도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가서 푹 쉬고 내가 떠나는 내일 아침 이곳에 다시 온다고 했다. 내일 나를 배웅해주러 온다는 라즈가 고마웠다. 내일 만나면 고마운 마음을 조금 더 표현해야지.


  '라즈! 고마워. 네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


  아쉬운 건지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평소와 달리 멋쩍은 듯 나를 바라보는 라즈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때마침 내가 숙소에 들어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이 구름으로 덮이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순식간에 외부 기온까지 떨어졌다. 이 타이밍은 무엇일까.


  '정말 무서울 정도의 타이밍이었다.'


  찬물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씻고 머리까지 감았다. 정확히 10일 만에 얼굴과 머리에 물이 닿았던 그때 그 순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그때의 내 기분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약간 춥기는 했으나 얼마나 개운하고 좋던지. 말 그대로 정말 좋았다. 행복이 별거인가. 내일 카트만두 숙소에 가서 샤워하고 빨래까지 하면 정말 최고로 행복할 것 같았다. 


  식당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차분하게 생각해 봤다. 왜 오늘 못 떠났을까? 먼저는 트레킹 기간 내내 최고의 날씨를 이미 경험했었다. 그리고 오늘 내려오면서 했던 생각은 여유 있게 오늘 하루 더 이곳에 머물고 내일 떠나는 거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온 덕분에 하루라는 여유가 생긴 지금, 만약 비가 안 내렸다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서둘러서 경비행기를 타고 카트만투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늘 저녁 차분하게 이 곳 히말라야에서 전체 트레킹 일정을 마무리하며 내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다. 누가 물어보더라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12박 13일 동안의 쿰부 히말라야(에베레스트 지역) 트레킹은 감히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어요. 나를 돌아보며 인생을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나의 인생이 더욱 기대되었다. 차 한잔과 함께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창 밖을 바라봤다. 잔뜩 낀 안개로 인해 활주로는 물론 산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내가 산속에서 트레킹을 할 때 이랬다면 옷과 가방이 다 젖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상상을 해보니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이처럼 정말 답도 없었을 텐데 마치 내 모든 트레킹 일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시원한 비가 내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트레킹 일정은 모든 부분에서 정말 최고였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로지 들어오자마자 내리던 비. 영상으로 기록
로지 바로 앞이 활주로였다


  이곳 루클라 로지의 음식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밥 한 공기에 4,500 원이라니.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비상식량이 남아있었다. 마지막으로 딱 하나 남은 참치 캔 하나와 고추장을 섞어 밥 비벼먹기. 


  '그래! 이렇게 비싼 공깃밥을 먹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캔 참치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었지


  맛있게 밥을 먹고 2주 동안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봤다.


  '와우! 예술이다.'


  맑고 화창한 하늘과 만년설산을 배경으로 담아온 수많은 사진들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전혀 지겹지 않았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가 참 좋은 시간을 보냈었구나! 정말 꿈같이 신기하네.'


  사진을 보다 보니 다시 한번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제 비상식량도 전부 떨어졌고 물티슈와 화장지도 없었다. 모든 부분에서 정확하고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하늘을 향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편안하고 좋은 기분을 내 안에 가득 안고 쿰부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국가, 300개 도시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동기부여(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전역), 도전, 성취, 강연,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달리기(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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