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인도 릭샤 기사들의 사기법
드디어 인도의 수도 뉴 델리에 입성했다. 예상했던 대로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들이 보였다. 승객들이 내리기도 전이지만 당장 앞문으로 올라와 나를 들쳐 메고 내려갈 것 만 같았던 호객행위의 끝판왕 인도의 릭샤(인도의 교통수단) 기사들을 보며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미쳤지, 내가 여길 다시 오다니...
버스의 하차 지점을 몰랐기에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나 비용을 미리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딘가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목적지까지 250루피를 외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그들이 돈 버는 방법을 이미 경험한 인도 재입국 자다. 듣자마자 일단 안 간다고 했다. 나름 요령이 생긴 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도스럽게 끝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150루피에 최종 협상을 하기로 했다. 잘 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달리던 중간에 친구 한 명을 태운다. 한국인의 정서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운전석 바로 옆에 앉아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운전을 한다. 뭔가 전략회의라도 하는 듯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간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카레의 나라 사람들. 드디어 파하르간지에 입성했다.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은 나 스스로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과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것.
대박이다. 인도는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생각보다 빠르게 체감했다. 처음 인도에 왔을 때 경험했던 파하르간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차, 릭샤, 사람, 소, 개, 쓰레기 등이 어우러져 있는 도로는 이들의 문화였고 삶이었다. 나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낯선 환경이었지만 이들에게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그런 도로일 것이다. 또한 여기서 빠지면 서운할 수밖에 없는 끊임없이 울려대는 클랙션(빠방이) 소리에 엄청난 매연 그리고 이 모든 게 만들어 내는 상상을 초월하는 교통체증까지... 그렇다. 여기는 인도였다.
처음에 운전하던 기사는 옆에 있던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겨주더니 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레 뒷 좌석으로 왔다.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지만 이해를 못했다.
누군가 합승을 한다는 건지,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우선 무작정 가자는 말만 외쳤다.
전형적인 인도식 사기 수법이었다. 첫 방문 때 이미 경험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장거리 버스 이동으로 인해 피곤함은 물론 약간의 짜증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의 감정을 잘 다스리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우선 가자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집요했다. 사슴같이 초롱초롱한 인도 사람 특유의 눈망울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아 너희들 정말 힘들다. 너무 짜증이 나고 귀찮았다. 더 이상 말을 섞다가는 내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목적지까지는 50m 정도가 더 남았지만 그냥 여기에 내려달라고 했다.
끝까지 사기를 친다. 릭샤 운전사에게 150루피를 건네자 안 받는다고 한다.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래도 참고 참으며 기사 무릎에 돈을 놓고 돌아서는 순간 또 나를 불러 세운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뱉으며 20kg이 훌쩍 넘는 배낭을 앞 뒤로 들쳐 메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뭔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떨떠름한 표정이 묻어났다.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면 당황했을 수도 있지만 벌써 인도를 한 번 경험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나름 내공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미쳤다 정말. 내가 여길 다시 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