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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Feb 04. 2016

놓치기 쉬운 교토

더 깊은 교토 2

 청수사와 금각사 이상의 도시

 교토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오사카에 숙소를 두고 하루 정도 시간을 낸다. JR이나 케이한 전철을 타고 와서 청수사, 금각사, 니조성 등지를 보고 기온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오사카로 간다. 내가 처음 교토에 갔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교토는 그 이상의 도시이다. 조금만 더 시간을 낸다면 상상하던 그 이상의 교토를, 일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극락이 의심스러우면 우지의 어당을 찾아가 보아라. 극락이 어떤 곳인가 궁금하면 우지의 어당을 가보아라"

 평등원이 완공된지 약 100년 뒤 12세기 일본에서 유행한 노래이다. 오늘은 바로 그 평등원을 가보았다.  교토역에서 20분이면 교토부 남부의 작은  전원도시 우지로 갈 수 있다.

45도 각도에서 찍은 평등원 봉황당

 날아갈듯한 봉황당은 그 명성 그대로였다. 물에 비친 어당과 함께 환상적인 자태를 볼 수 있었다. 정말 극락이 있다면 여기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생각했던 것 보다 건물이 작지만 그 아름다움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최근 몇 년간 본 건물 중 가장 아름다웠다. 섭정 가문으로서 세도정치를 폈던 후지와라 씨는 이 건물을 후손에게 남기면서 죄를 용서받았을 지도 모른다.

 평등원에서 나오면 여느 일본 사찰과 마찬가지로 참배로 주변으로 가게들이 많다. 각종 기념품들을 파는데, 우지의 자랑거리는 말차(抹茶)이다. 일본에서 최상급으로 쳐주는 말차의 맛은 한번 맛보면 잊기 힘들다.

많은 가게들중 이왕이면 가장 오래된 가게로 가자. 빨간 원 세 개가 그려진 긴바이샤는 500년된 가게로, 과거 쇼군에게 헌상하던 차를 680엔이면 맛 볼 수 있다. 쓰지만 떫지 않고 부드러운 맛과 깊은 향의 말차를 맛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우지역에서 다시 기차에 몸을 실어 일본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사 1위인 이나리 신사에 도착했다.

 습지였던 교토를 지금의 도시로 만든 도래인 하타씨가 세운 신사이기에 우리에게는 내력이 있는 신사이다.  그리고 이 신사는 현재 교토 제일의 관광지이다. 후손으로서 자랑스러웠다.  

신사 뒤편의 센본도라이가 이 신사의 하이라이트이다.  센본(千本),  말 그대로 천 개의 도라이이다. 일본 각지의 가게와 기업들이 사업의 번영을 기원하면서 상업의 신을 모시는 이곳익에 기증한 것이다. 강렬한 금적색의 도라이가 무한히 연결되어 있는 풍경을 이 세계의 것이 아닌듯했다. 비주얼적 쇼크이다.

 다음으로 교토의 랜드마크 동사(東寺) 5중탑으로 보러 갔다. 이나리 역은 보통 열차만 서기에 할 수 없이 20분을 기다려서 교토역에 도착했다. 연결되는 버스를 놓쳐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걸어가는 도중에 일본인들의 친절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도를 들고 헤매는 척만 하면 바로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건다. 일본인들의 친절을 보고 과잉친절, 가식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지만 여행자에겐 고마울 따름이다.

 동사의 5 중탑은 목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우리나라 여행객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자칫 우리나라의 탑과 다른 미묘한 차이점을 알아차리지 못 할 수도 있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탑은 각 층이 비례대로 올라가기에 안정적인 상승감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일본의 탑들은 각 층의 높이가 일정하여 안정적이지 않다고 한다. 땅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느낌이다. 외로움의 미학. 탑의 설계자는 이것을 노렸을 것이다. 사찰 정원을 통해 보면 멋있지만 그래도 홀로 서있는 듯한 모습이다.

아쉽게도 내부는 촬영 금지 구역이다

 마지막으로 삽십삼간당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33칸의 건물이 있다. 그러나 그 내부는 이름이 주는 단순함과 달리 엄청난 곳이다. 교토 국립 박물관 길 건너에 있는 이 곳은 찾아가기 쉬운 편이다. 교토역에서 청수사 방향으로 가는 많은 버스가 이곳에 정차한다.

10열 횡대의 천수관음상(www.koreanart21.com홈폐이지)

 입장료를 내고 관람 동선을 따라 절 내부에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진다. 은은한 향 냄새가 공간을 가득 매운 가운데 천분의 관음상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이드 북이나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를 읽었을 때는 잘 와 닿지 않았지만 직접 가서 보니 감동이었다. 역시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최고이다.

 평등원, 이나리신사, 동사, 삽십산간당은 모두 교토역 혹은 시조가와라마치역에서 가깝다. 주요 사찰과 관광지가 4시 반~5시 사이에 닫기 때문에 많은 곳을 보기는 어렵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이 곳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찰/신사 정보

1. 평등원

입장시간: 8:30~17:30(마지막 입장 17:15)

               9:00~17:00(박물관)

입장료: 600엔

•JR우지역에서 도보 15분


2. 이나리 신사

입장시간: 항상 열려 있음

입장료: 없음

•JR이나리역에서 도보 5분


3. 동사

입장시간: 8:30~17:30( 8:30~16:30,9월~3월)

입장료:  500엔

•JR교토역에서 버스19,42,78


4. 33간당

입장시간: 8:00~17:00(9:00~16:00 11/16~3/31)

입장료: 600엔

•JR교토역에서 버스 20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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