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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Feb 16. 2016

교토와 우리의 연결고리

더 깊은 교토 3

  몇 주전에 한일전이 있었다. 아쉽게 역전패를 당한 안타까운 경기였다. 난 축구는 잘 모르지만 역전승을 거둔 일본의 반응이 자못 궁금해 바로 야후 재팬 스포츠 기사를 읽어보았는데 한 일본 선수의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지면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웃나라 치고  사이좋은 나라 없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유난히 좋지 않다.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비교적 최근의 사건들이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지난 1500년간 한국과 일본은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역사를 공유했다. 특히 양국의 고대사는 한쪽을 때 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본 역사 문화의 꽃, 교토 또한 우리 이야기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교토의 새벽엔 우리가 있었다.
사진 출처: http://www.pref.kyoto.jp/visitkyoto/kr/info_required/transportation/access.html

 지금의 교토는 갈대밭이었다. 교토의 지형을 보면 동쪽에는 가모강이, 서쪽에는 가쓰라강이 흘러, 자주 범람하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4~5세기 경 도래인들이 오기 전까지는 갈대만 무성한 늪지였다.  이러한 땅에 한국에서 하타씨들이 오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가 시작되었다.

  일본서기의 기록에 따르면 "궁월군에서 120 무리가 이주해 왔다" 고 한다. 궁월군이 어딘지에는 이견이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궁월의 궁이 '구', 월은 '달'의 표기로서 '구다라', 백제를 의미한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들은 원주민과의 다툼을 피해 현재의 교토 지방에 정착했다. 제련기술과 양잠 기술을 바탕으로 세력을 키워 후에는 황위 계승에 까지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했다.  간무 천황이 8세기경 수도 후보지를 선정할 때, 하타씨의 본거지인 교토를 선택했을 만큼 이들이 일본 고대사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하타씨의 성취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아라시야마의 가쓰라강의 제방이다.

대언천 건너편에서 본 교토

 시조오미야역에서 란덴 전차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면 종점 아라시야마에 도착한다. 역에서 나와 도월교를 찾으면 그림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다리를 건너 교토의 풍경을 보면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부드러운 곡선의 산이 포근하게 도시를 감싸는 듯하다. 하타씨는 이곳에 정착하여 제방을 쌓고 늪지를 도시로 일구어냈다.  교토의 새벽엔 하타씨가 있었다.

하타씨가 쌓은 제방의 흔적

 강가에서 바람을 쇠면서 노는 것이 지겨워질 때쯤 도월교를 건너 법륜사에 올라가면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법륜사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잘 따라가다 보면 영화에나 나올법한 계단이 펼쳐진다.

 살짝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계단을 올라가면 3층 목탑과 금당이 있는 작은 절 법륜사가 나온다. 이곳은 우리와의 인연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법륜사 전망대에서의 경치가 있기에 올라간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교토 시내가 저 멀리까지 보인다. 청수의 무대에서 보는 교토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잠시 전망대에 앉아있으면 뭔가 우리 도시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조상들이 만든 마을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다음은 그 유명한 일본 국보 1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다. 법륜사에서 내려와 아라시야마역에서 다시 란덴 전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광륭사 정문. 역에서 내리면 바로이다.

 광륭사는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절 중 하나로 7세기경 세워졌다. 하타씨의 씨사로 하타씨의 교토 '나와바리'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일본의 각종 기록에 따르면 하타씨의 자손 중 진하승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일본 고대국가의 틀을 잡은 쇼토쿠 태자의 브레인으로서 활약했던 인물로 일본 고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절의 보물전에는 그 유명한 목조미륵반가사유상과 함께 그의 나무 조각이 모셔져 있다.

 절의 하이라이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은 아쉽게도 촬영 금지이다. 한때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가 인간 실존의 최고 표현이라고 극찬했던 불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보물전의 조명들이 전체적으로 은은하면서 불상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핸드폰 화면이 밝게 보여 항상 관리인들의 주의를 끈다. 건물 전체의 조명을 불상에 집중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쉽다. 하긴 나보다 더 이름난  사진작가들이 이미 많은 사진을 찍었으므로 그저 눈으로 보는 거에 만족할 따름이다.


 이밖에도 교토에는 우리와의 연결고리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후시미구 이나리 대신사 또한 하타씨가 세운 신사이다. 금각사의 본사인 상국사 승려들은 조선과 무로마치 막부를 잇는 외교관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교토 곳곳에는 우리와의 연결고리가 있다. 언젠가 양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러한 과거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가 형성되기를 바랄 뿐이다.


•장소 정보

1. 아라시야마 가쓰라강과 도월교

-교토역에서 시조오미야역(버스 207)

-시조오미야역에서 란덴전철, 종점까지

-일일권 500엔을 쓰면 편하다


2. 광륭사

입장시간: 9:00~17:00(9:00~16:30 12월~2월)

입장료: 700엔

-란덴전철 우즈마사 고류지역 하차


•근처 맛집

#아라시야마 노무라 젠자이(팥죽/빙수 집)

도월교와 가쓰라강 주변에서 놀다가 당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가기 좋다. 들어가는 입구가 계단이기에 아쉽게도 휠체어는 들어가기 힘든 편이다. 여름에는 맛있는 빙수를, 겨울에는 핕죽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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