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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Apr 17. 2016

한 일주일 머물고 싶다

Hoi An Old Town

 론리 플래닛 시리즈의 베트남 편을 펼치면 가장 앞에 호이안의 사진이 나온다. 아름다운 다낭의 해변, 하오롱 베이, 호찌민시 등 베트남의 수많은 명소 중에 모든 곳을 제치고 맨 앞에 있는 것이다. 직접 가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여기에는 좋은 이유가 있다. 호이안에서는 베트남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 베트남의 역사, 자연, 음식 등 모든 것이 한 여유로운 시골 마을에 모여있다. 베트남을 여행 갔을 때 이곳을 놓친다면 큰 실수이다.

호이안은 예전처럼 다시 전 세계 사람들을 부른다

 베트남 중부 다낭에서 택시로 40분, 4만 8천 원 정도면 300년 전의 마을로 갈 수 있다. 호이안은 강 하구에 자리한 무역항으로서 2세기부터 번창하기 시작했다. 10세기까지는 사라진 신비의 왕국 참파 왕국의 무역항이었으며 15세기부터는 베트남의 무역항이 되었다. 일본,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상인 등이 도자기, 향신료, 비단을 거래하던 국제적인 무역항이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무역상들은 1,2월 북서풍을 타고 이곳에 와서 장사를 하다가 8,9월 남동풍을 타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형태의 무역을 했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자, 일부 중국, 일본 상인들은 아예 호이안에 집을 짓고 눌러앉았다. 그들은 호이안을 중국식, 일본식 건물들로 채웠고, 이것이 호이안의 보물들이 되었다.

 다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내려 짐을 풀고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를 타니 걸어 다닐 때 보다 훨씬 시원하고 좋았다. 3월의 호이안은 습하진 않았지만 한국보다는 더웠다.

 호이안은 페낭이나 말라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300년 전 무역항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거리와 골목에서 그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낮은 지붕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강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여행자의 땀을 식혀준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

아무 계획 없이 돌아다니기 좋다. 어딜 가도 역사가 깊게 쌓인 상인들의 집이 있으며 맛집들과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있다. (자세한 소개는 밑에)

다낭, 호찌민 같은 대도시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은 뺀 채로 베트남의 일상생활, 그 속살을 조금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기에는 귀를 괴롭히는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도, 매연도 없다. 한가로운 마을이 있을 뿐이다.

여유로운 호이안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식 다리이다.

 호이안에서 제일 화려한 이 건축물은 이름이 이야기해주듯이 일본인들이 지었다. 운하 오른쪽의 중국인 거류지와 왼쪽의 일본인 거류지를 잇기 위해 만들었다. 천장의 화려한 장식들은 중국식 같지만 기와를 자세히 보면 교토나 나라에서 보던 기와이다. 다리 내부의 구조는 일본 사찰의 회랑 그 모습 그대로이다. 다리 안으로 들어가면 일본이고 밖으로 나오면 베트남이 펼쳐져있다. 얼마나 내진 설계를 튼튼이 했는지, 프랑스인들이 차도를 만들기 위해 불도저를 몇 번 굴렸는데도 다리가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호이안의 랜드마크로, 어느 때나 셀카봉을 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전에는 올드 타운 곳곳을 돌아다니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마사지를 받으며 지친 발과 다리에게 상을 주었다. 이때까지는 여느 동남아의 구 시가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호이안의 진가는 야경이었다.

밤이 되면 호이안의 옛 영화가 살아난다

 밤이 되니 도시가 살아났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처럼 밤이 되면서 등이 하나 둘 씩 켜지기 시작하더니 그 옛날 세계적인 무역항의 활기찬 모습이 다시 나왔다. 화려한 불빛 아래 300년 전처럼 각국 사람들이 모여 있으며 모두 행복했다. 거리에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식당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 11시까지 호이안은 과거로 돌아간다.

미개발의 역설

 호이인이 이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도시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오히려 개발되지 않았기에 인기가 높은 것이다. 19세기 말 큰 홍수로 토사물이 강 하구에 퇴적되면서 호이안은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모든 상업과 행정은 호이안에서 좀 떨어진 신도시 다낭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호이안은 19세기 이후 개발이 없었다. 중요하지 않은 도시였기에 베트남 전쟁의 포화도 비껴갔다. 그리고 전쟁이 종결된 후, 호이안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된다. 세계 문화유산이 되면서 호이안은 관광의 중심지가 되어 다시 한번 전 세계에서 사람들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개발을 하지 않았기에 성공한 도시다.

 무조건 재개발을 추진하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도 전 세계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위해  무작정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도시 재생과 같은 장기적인 안목의 계획들이 필요하다.


#호이안 맛집 정보

1. Morning Glory

•영업시간 8:00~23:00

•메뉴: 베트남 길거리 음식+가정식

•가격대: 45,000동~130,000동

•위치: Tan Ky House 맞은편


2. Cargo Club

•영업시간: 8:00~23:00

•메뉴: 베트남식, 서양식, 케이크가 맛있는 집이다.

•가격대: 35,000동~105,000동

•위치: 모닝글로리 건너편에서 50m 옆


3. Hai Cafe

•영업시간: 7:00~23:00

•메뉴: 프랑스식, 베트남식, 반미를 잘 하는 집이다•가격대: 75,000동~140,000동

•위치: 모닝글로리 오른편


4. Hoi An Roastery

호이안에 2개의 지점이 있다. 일본인 다리에서 가깝다. 꽤 괜찮은 분위기에서 맛있는 정통 베트남 커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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