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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Dec 23. 2016

소박하고 쓸쓸한 이요 오즈

휴식이 필요하다면-겨울 휴양 2

  마츠야마에서 40분을 달리면 에히메의 작은 교토 이요오즈에 도착한다. '오즈'라는 이름 때문에 뭔가 기대가 되는 도시이다. 새롭고 낯선 풍경이 기다릴 것만 같은 작은 도시이다. 기대감을 품고 역에 내리면 작은 시골 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소박하고 한산하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도 별로 없다. 손님을 기다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쉬러 오신 건지 모를 정도로 기사님들은 편하게 다른 기사님들과 수다를 떨고 있다. '작은' 교토여서 그런지 교토와는 천지차이이다. 조용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일본 소도시의 전형 같다.

단촐한 이요오즈역

 이요오즈의 볼거리는 모두 걸어서 15분 내외로 붙어있지만 역에서 꽤 멀다. 오즈성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버스로 10분 정도 걸린다. 버스가 자주 없기에 사실 걸어가는 편이 더 빠르다. 또 거리를 걸으면서 조용한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에 걷기로 했다. 사람이 없고 굳게 닫힌 가게문들을 보면서 '일본도 지역 경기는 불경기구나'라는 걱정도 들지만 일단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사람으로부터 지칠 일이 많은 요즘, 휴양으로 정말 적당한 마을이다.

외로운 하얀 점 오즈성

 거리를 걷다 보면 강이 하나 나온다. 강둑을 올라가 포토 스팟이라고 표시된 곳에서 고개를 들면 저기 멀리 하얀 회반죽의 성이 보인다. 강이 굽어지는 지점에 반도처럼 튀어나온 작은 고개 위에 작은 성이 하나 서있다. 오즈의 영주가 살던 오즈성의 천수각이다. 망루나 다른 건물 없이 오즈 분지 허허벌판에 천수각만 하나 서 있는 것이 외로워 보인다. 폐사지처럼 석축만 남아있고 과거의 영광과 번영은 그 흔적도 없다. 자랑하던 해자와 건물들은 이제 논밭일 뿐이다.

다른 일본 성들처럼 가파른 진입로를 올라가면 오즈성 혼마루 터가 나온다. 언덕의 정상에 위치하여 오즈 구 시가지와 강 건너 걸어온 거리들이 모두 보인다. 조금 있다가 찾아갈 거류 산장과 통합 입장권을 끊어 천수각 안에 들어가면 꽤 볼거리가 많다. 최근에(2004년) 복원한 성이기 때문에 성의 역사와 더불어 일본 성 건축과 관련된 자료가 많다. 일본 성들의 설계 과정이나 건축 기법 등이 디오라마와 모형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2층 끝에 가면 오즈성의 과거 모습이 모형으로 보인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점이 마치 우리나라의 산성 같다. 그리고 꽤나 큰 성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지금의 모습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侘び寂び(쓸쓸하고 조용한)의 진수

 오즈성에서 다시 10분 정도 걸어가면 오즈의 두 번째 볼거리 거류산장과 만난다. 한 지방 상인이 만든 별장인 거류산장은 일본미의 표본이다. 일본 정원 특유의 소박하고 쓸쓸하면서 뭔가 처연한 분위기와  함께 한국 정원처럼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데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산장 뒤에 있는 작은 정자 不老庵(ふろうあん)(후로 안)이다.

 교토의 목수들을 불러서 만든 이 정자는 구조 면에 있어서 청수사 청수의 무대와 같다. 5m~7m 절벽에 위치하여 청수의 무대처럼 나무 기둥들로 지탱되어 공중에 떠있다. 5평 남짓한 정자에 들어서면 강과 산이 만든 풍경화가 펼쳐진다.

강물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정자 밑의 절벽을 지나간다. 마치 한국 남한강변에 있는 여느 정자와 같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 지친 몸을 쉬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마츠야마 슈퍼에서 사 온 귤을 하나 까먹으면서 강물 소리를 듣고 있으면 최고다. 직원들도 친절하여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곧 단체 관광객이 많이 오지만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즐기셔도 됩니다"라고 말해줄 정도이다.

 소박하고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원한다면 이요오즈가 제격이다. 쓸쓸하고 차분한 일본 특유의 미와 함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들에서 나오는 한국적인 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발걸음이 끌렸던 것 같다.


1. 이요오즈 위치

마츠야마역에서 요산선 특급 우와카이를 타면 34분 정도이다. 요금은 2380엔. JR 시코쿠 패스가 있다면 무료로 지정석이 가능하다.


2. 이요오즈 도시내 이동

오즈 내에서의 이동은 도보로 모두 가능하다.

이요오즈역->오즈성(도보 25분)

오즈성->거류산장(도보 15분)


3. 맛집 정보

*아부라야

거류산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에 위치해 있다. 트립어드바이저 1위인데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가격대는 1000~2000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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