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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Jan 30. 2016

여행과 관광 그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걸까

 방학철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통 여행이야기이다. 런던,파리, 뉴욕, 싱가폴 등등 수많은 도시들과 맛집들의 사진이 뉴스피드를 장식한다. 실제로 1988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이후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꾸준히 증가하여 2012년에는 1607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해외를 갔다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여행 갔다올게" 라고 말한다. 나 또한 어딘가 갈 때는 '여행' 갔다온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점점 생각이 많아지게된다. 내가 가는 건 여행일까 아니면 단순한 관광일까.

이들은 여행을 가는걸까 관광을 가는걸까(사진:연합뉴스기사)

 여행과 관광은 그 어원부터 다르다. 여행(Travel)은 고통을 뜻하는 단어 Travail에서 왔다. 중세 시대 대부분의 여행은 순례가 목적이었다.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까지의 길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고난의 길이었다. 이에 반하여 관광(Sightseeing)은 근래에 생긴 말로서 '경치를 보다' 라는 단순한 말을 의미한다. 동양에서 쓰였던 어휘를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여행과 관련해서는 나그네 려(旅)가 쓰였지만 관광과 관련해서는 "화려한 것을 보다" 라는 의미로 관광(觀光)이 쓰였다.

 어원 비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점은 바로 과정의 차이이다. 여행은 나그네처럼 고생하는 과정임에 반하여 관광은 단순히 보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돌아다니면서 느낀 두개의 차이점도 바로 과정의 차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주관적 의지의 차이이다. 여행은 능동적인 것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여행지를 선정하고 계획을 짜서 실행한다. 그 곳에 가려는 이유는 내가 가고싶어서이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남들이 가기 때문에 가는 것은 여행이라고 보기 힘들다. 반면에 관광은 자신의 의지 보다는 타인의 의지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기에 가서 풍경을 즐기는 것은 단순한 관광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보다 깊은 것이다. 어원적 차이에서 보이듯이 여행과 관광은 그 목적지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여행을 떠난 사람은 현지의 모든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뉴욕에 간다면 하이라인이나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을 하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이다. 그리고 밤에는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클럽을 갔다가 마약 거래 현장을 목격하고 덜덜 떠는 것이 여행에 가깝다. 현지의 음식, 액티비티를 즐기고 현지인과 대화를 하는 등 그 곳의 문화를 모두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여행이다. 이에 비하여 관광은 보는 측면이 강하다. 가이드북에 나온곳,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본 인생 사진 찍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관광이다. 현지의 문화를 즐기기 보다는 '내가 이곳에 왔다' 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가이드 북이 추천하는 장소들을 가보는 것이 관광의 목적이다. 관광객은 같은 뉴욕을 가더라도 자유의 여신상, 탑오더 락,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찍고 호텔에 돌아가는 일정을 짠다. 현지의 문화를 흡수 할 시간은 적다.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건 여행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바로 두번째 차이점 때문에 우리들의 여행은 관광이 되어가는 것 같다. 현지의 문화에 흠뻑 몸을 담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 뿐만 아니라 간단한 현지어를 알아야하며 우리와 상이한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믿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또한 점점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게 되는 요즘, 우리에겐 '페이스북에 사진 올리기' 라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숙소에 돌아와서 와이파이부터 찾고 내 소식을 업데이트 하는 것이 우리들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여행이 아닌 관광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과 관광의 경계에서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여행과 관광 그 경계에서 발견한다. 물론 완벽한 여행과 완벽한 관광은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 특징들은 여행과 관광의 이념형에 가깝다. 그래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것이 여행인지 관광인지 자기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타인의 시선을 어느때 보다도 많이 신경쓰는 현대 사회에서 순수한 주관적 동기로 여행을 가서 현지 문화를 완벽하게 즐기는 것은 확실히 힘들다. 그러나 한번쯤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자. 현지 문화를 즐기고 영감을 받는 진정한 여행. 여행과 관광 사이의 경계에서 여행 쪽으로 자기 자신을 밀어 보는 것은 나쁜 경험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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