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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Jun 30. 2018

지구가 아닌 곳

우유니에서의 2박 3일


 기차는 11시 반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사막을 지나가던 중 갑자기 폭우가 와 선로가 침수되었었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비가 그치는 것을 기다렸다. 잉카 트레일에 이어 또 기대하던 투어인 우유니 사막 투어를 놓치는 줄 알았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자정이 되기 직전 우유니에 도착했다.
 우유니에는 수많은 투어가 존재한다. 일출 투어, 일몰 투어, 당일치기, 2박 3일 등 그 종류도 많으며 투어 업체도 120여 개나 된다. 볼리비아 관광업계의 심장답다. 시간이 없다면 당일치기 투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우유니와 볼리비아 남서부 지방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2박 3일은 필요하다. 성수기가(소금 염지에 물이 차는 12월 말~2월)이 아닌 이상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다.

 투어는 우유니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기차의 무덤에서 시작한다. 한때 볼리비아 광산업의 다리 역할을 했던 영국제 기차들은 지금 볼리비아의 사막에서 녹슬어가고 있다. 부식된 기차가 사막에 한층 더 황량함을 더 한다. 기차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기차의 무덤을 뒤로하고 투어 업체 차량은 한 마을로 향했다.  기념품샵들이 어지럽게 퍼져있는 마을을 점심 식사를 위한 곳이다. 이곳에서 소금을 어떻게 생산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투어답게 기념품을 사라는 권유도 빠지지 않았다. 가격은 나쁘지 않다.

 마을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소금 염지로 향한다. 주변의 풍경이 더 황량해지고 대지의 색도 점점 하얀색으로 변한다. 길이 아닌 길을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우유니 소금 염지 최초의 소금 호텔과 국기들이 있는 Playa Blanca에 도착한다. 국기들은 소금 염지의 엄청난 바람으로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각자의 국기에서 사진을 찍는 포토 타임이다.

 플라야 블랑코 다음이 더 본격적인 포토타임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범람하는 우유니 사막 사진들을 찍는 시간이다. 직접 소품을 가져와도 되지만 기본적인 소품은 보통 투어 업체가 제공해준다. 아이디어가 없어도 괜찮다. 가이드가 모두 제안해주고,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어준다. 처음에는 좀 유치한 기분이 들지만 계속 찍다 보면 사진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단체샷을 찍으면 다음 장소로 넘어간다.

 소금 염지에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흙이 있는 곳이 있다. 우유니 염지에는 몇 군데의 섬이 있다. 우리는 물고기의 섬이 아닌 Inca Wasi(잉카인들의 집) 섬에 갔다. 30 볼리 비아노의 입장료를 내고 섬 정상에 올라가면 소금 염지의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지평선이 비현실적이다.  당일치기 투어는 보통 여기서 노을을 보게 된다.

 우리는 또 다른 노을을 보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수록 하얀 소금 염지의 색은 변해갔다. 햇빛을 받아 적색이 되다가 어느 때는 보라색이 되기도 했다. 해가 산으로 완전히 넘어가 별이 보이기 시작하면 투어의 첫 번째 날이 끝났다.

둘째 날부터 이 지구의 장소가 아닌듯한 곳으로 이동한다. 나사가 이곳에서 우주비행사들을 훈련시키고, 스타워즈 촬영팀이 여기를 촬영 로케이션으로 정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우리가 알던 지구가 아니다.

우유니 사막 염지를 뒤로 하고 우리는 더 위로, 그리고 사막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퀴노아가 자라고 라마들이 뛰어노는 계곡을 지나면 점점 풀들은 사라지고 붉은 모래 언덕들과 바위산들만이 창을 가득 매운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생명은 있다. 빙하가 녹은 호수들을 중심으로 홍학(플라밍고)들이 살고 있다. 분홍빛 홍학들은 이 장소에 비현실성을 더 한다. 둘째 날 우리는 주로 홍학들이 사는 호수들을 돌머 홍학들을 구경했다. 이곳에는 천적이 없을 것 같지만 그들은 멸종위기 상태라고 한다. 사진 찍는 사람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도도하게 물을 마시는 홍학들을 떠나면 다시 사막이 펼쳐진다.

 이곳은 환태평양 조산대 근처기에 화산이 많다. 과거 분화한 화산의 흔적들이 사막 곳곳에 퍼져있다. 화산이 뱉어낸 화산암들을 오랜 시간 바람과 모래가 조각하여 지금의 기암괴석들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이 곳은 나무 같이 생긴 돌로 유명하다. 황량한 배경이 잘 어울린다.
 사막에서 30분 정도 가면 다시 큰 호수가 하나 나온다 람사 협약으로 보호받는 습지 중 하나인 레드 라군이다. 호수에 사는 녹조류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다. 일조량과 습기, 기온에 따라 녹조류의 양이 변하기 때문에 호수의 식도 변한다고 한다. 호수의 색과 호수 주변 환경이 초현실적이다.

이제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면 아직도 활동 중인 화산으로 간다. 해발 4900m 부근의 활동 중인 분화구 인근에서 화산 활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분화구 근처엔 가이저들이 많다.
이 화산 활동의 영향으로 우리는 둘째 날 밤 온천을 하며 별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엔 일정이 갈린다. 칠레로 넘어가는 팀의 버스가 오전이기 때문에 아침까지만 일정을 같이한다. 달리의 작품에 나오는 것만 같은 경치를 가진 달리 사막을 넘어가면 레드 라군과 짝을 니루는 그린 라군이 나온다. 그러나 레드 라군과 달리 이곳은 생명체가 없다.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호수는 강한 산성을 띈다고 한다. 여기서 칠레로 가는 팀과 우유니로 돌아가는 팀이 갈라진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마치면 3일간의 투어가 끝난다.  우유니로 돌아가는 팀은 우유니에 가기 전에 몇몇 마을들과 사막의 또 다른 부분들을 보지만 첫째 날과 둘째 날에 비하여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흔히 지구를 티끌에 비유하곤 한다. 먼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작은 푸른 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작은 점은 다양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볼리비아의 외딴 사막, 우유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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