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기차 후기
다른 대륙들과 달리 남미는 기차가 발달한 곳은 아니다. 북으로는 멕시코에서, 남으로는 아르헨티나까지, 기차가 육로의 주요 교통수단인 나라는 거의 없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경우 여객 기차 노선이 조금 남아있지만, 서비스와 노선이 매력적이진 않다. 따라서 남미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경우 버스로 이동을 하게 된다. 노선도 훨씬 다양하며 서비스도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한 나라, 유용한 여객 열차 노선이 남아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볼리비아다.
볼리비아는 남미 국가들 중 유일하게 “쓸만한” 기차 노선을 자랑한다. 오루로에서 우유니를 거쳐 아르헨티나와의 국경, 비야손까지 운행하는 볼리비아의 기차는 장거리 버스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달콤한 휴식처다. 기차는 버스와 달리 흔들리지 않고 막히지 않는다. 좌석도 훨씬 편하며 다리 공간도 넓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시설이 더 잘 되어있다. 기차는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특히 우유니-비야손의 경우 야간열차이기 때문에 숙박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Express Del Sur과 Wara Wara 두 종류의 기차가 오루로-비야손 간을 운행하는데 전자가 조금 더 고급스럽고 편하다. 가격은 여행하는 거리에 비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요금표) 기차 안의 서비스도 훌륭하다. 우선 비행기처럼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표를 찾으면서 짐을 맡기면, 도착역에서 다시 짐을 찾을 수 있다. 승객칸과는 분리된 짐칸이 따로 있기에 보안도 믿을 수 있다. 인도 기차여행과 달리 짐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또한 Executive 칸의 경우 숙면에 필요한 담요와 배게를 무료로 제공해준다. 물과 간식도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좌석에 소켓이 있어 항상 전자제품을 충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식당칸도 있기에 식사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볼리비아 요리부터 피자, 파스타 등 보편적인 요리까지 먹을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오루로-우유니, 우유니-비야손의 모든 구간을 이용했다. 남미 육로 이동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볼리비아 서부 사막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었다. 느릿느릿 풍경을 즐기며 기차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느새 우유니에, 비야손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정신없는 볼리비아에서 유일하게 여유로웠던 순간이었다.
기차 예매는 www.ticketsbolivia.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