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프 센터와 그 나머지
과거에 여행은 여가나 소비활동이 아니었다.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는 행위에는 항상 목적이 있었다. 가장 흔한 목적은 교역이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그 교역의 목적지, 경유지는 바로 이곳, 실크로드의 중심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세계지도의 이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 서양과 동양이 만난 이곳에 항상 가고 싶었다. 옛 장안인 시안에서 이스탄불까지 육로로 여행하는 내 지신을 꿈꾸곤 했다. 그리고 2018년 세계일주를 한 당시, 비단길이 아닌 옛 초원길을 통해 유럽에서 집으로 왔었다. 하지만 실크로드의 옛 도시들을 갈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해가 바뀌어 2019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오랜 친구와 함께 둘 다 가보지 못 한 세계의 영역을 탐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9일 여행이 시작되었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우리는 직항이 아닌, 알마티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했다. 타슈켄트까지의 길은 멀었다. 작은 버스 터미널 같은 알마티 공항에서 우리는 4~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카페에서 만난 러시아인 세르게이 덕분에 4~5시간을 빠르게 지나갔다. 암호화폐 미디어 회사의 직원인 세르게이는 한국에서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와 이야기하며 암호화폐의 세계와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디로 가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닛산을 선택한 것은 맞는 선택이었는지, 그 이후 나는 어떤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가는지, 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하는 동안 어느새 비행기에 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타슈켄트 공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남미 한 지방 도시의 공항 규모였다. 활주로에서 내려 바로 건물 안에 들어가자 입국심사 대였다. 비자가 필요 없었기에 우리는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통과했다. 1$=9500 솜이라는 정직한 환율로 환전을 하고 관광안내소를 향해 걸어갔다.
관광안내소에서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다. 단순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심카드 판매, 택시 소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심카드 가격이 인터넷에서 확인한 가격(10기가=110,000 솜)이었기에 믿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호텔까지 80,000 솜이었다. 우리는 약간 비싸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이 부른 가격은 정가의 4배였다. Yandex라는 택시 호출 앱을 통해 알아본 결과 우즈벡 정부의 공식 관광 안내소는 방문객에게 약 4배의 가격으로 택시를 부른 것이다. 호객꾼이 아닌 정부의 기관이 사기를 쳤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물론 정부야 말로 정직하지 않는 집단이지만, 이 정도는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즈베키스탄 여행이 시작되었다.
좋든 싫든 우즈베키스탄 여행은 타슈켄트에서 시작해서 타슈켄트에서 끝낼 수밖에 없다. 첫날 호텔에 도착했을 때 10시였기에, 타슈켄트를 자세히 보지는 못 했다. 택시의 창 너머에는 작년 노보시비르스크와 이르쿠츠크에서 본듯한 80년대 소련의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역사가 두터운 나라의 수도가 이 정도 일리 없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다음날 타슈켄트 시내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12월의 타슈켄트는 정말 텅텅 비어있었다. 티무르 동상 주변에도, 구시가지에도, 2차 세계대전 기념비 주변에도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텅텅 빈 수도는 처음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세종로와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녔는데 30명도 사람을 못 만난 것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은커녕 현지인들도 많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한 한 나라의 수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마치 이곳에서 베니싱 현상이 일어난 듯했다. 3일간 우리가 타슈켄트에서 받은 인상은 공허함이었다.
Plov Center의 존재는 공허함과 대비되며 “타슈켄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되는 또 다른 강렬한 기억이다.
중동에서는 필라프, 중앙아시아에서는 플로프라고 알려져 있는 볶음밥 요리는 타슈켄트를 방문한 이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플로프는 바로 이곳 Plov Center에서 먹어야 한다. 고기 기름, 양고기, 소고기, 말 소세지, 메추리알, 병아리콩, 삶은 계란, 건포도와 향신료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다. 단맛과 짠맛, 고소함, 고기 맛 모든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격도 충격이었다. 두 명이서 배부르게 볶음밥과 샐러드, 빵, 홍차를 마셨는데 약 7000원 정도였다. 플로르는 사랑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음날 한번 더 가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타슈켄트는 플로프로 시작하여 플로프로 끝났다.
1960년대 대지진으로 과거의 타슈켄트는 파괴되고 현재 타슈켄트는 그 이후에 지은 거의 새로운 도시라고 한다. 과거 실크로드 기착지 중 한 도시인 타슈켄트와 현재의 타슈켄트 사이에는 크나큰 간극이 있다. 현재의 타슈켄트는 슬프게도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 한 군데, 플로프 센터를 제외하면 말이다
プロフセンター
1 Iftihor ko'chasi, Тошкент, ウズベキスタン
+998 71 234 29 02
https://goo.gl/maps/Ag1S9RqRWPJ6Drk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