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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Apr 26. 2020

사람을 만나는 곳, 사마르칸트

2019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동서양을 이어주는 실크로드의 도시들 중에서도 진주라고 불릴 수 있는 도시가 있다면 그 도시는 사마르칸트 일 것이다. 사람과 물자가 만나던 실크로드의 진주는 아직도 그 매력이 살아있다. 그리고 신기하게 우리도 사람과 물자가 만나던 사마르칸트에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가장 처음 만난 사람은 택시 아저씨 아자르였다. 기차역에서 내릴 때만 해도 단순한 호객꾼인 줄 알았던 아저씨는 알고 보니 진짜 호의를 보여준 사람이었다. 역 초입에서부터 한국어를 쓰며 우리를 쫒아오길래 처음에는 호객꾼인 줄 알고 무시했다. 우리끼리 3만 솜으로 가격을 정하고 다른 택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2만 솜을 부르며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 갑자기 현지인 물가가 나와서 당황했다. 일단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바로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아저씨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여러 daytrip 옵션들을 소개했다.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었기에 진지하게 고려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좋은 곳을 한 군데 추전 해주셨다. 

 

2명이서 먹고 합해서 만원 정도 나온 사마르칸트의 만수르 샤실릭


 처음에 나는 인도에서 사기를 당한 적이 있기에 먼저 의심부터 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가격표가 없었기에, 영수증을 받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리고 영수증을 받았을 때 나는 나 자신을 반성했다. 사람의 선의를 단순히 경험에 비추어 보아 사기라고 단정하고  아저씨를 차갑게 대했던 나를 반성했다. 우리는 결국 이 만수르 샤실릭에 3번 가게 되었고, 만수르 샤실릭은 타슈켄트의 플로프 센터, 부하라의 아이반에 이어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사람은 김재용 씨다. 재용이 형은(첫날 호형호제하기로 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6개월간 여행 중이었다.  시베리아 평원과 타이가 숲을 지나 고비사막을 통과하고 카자흐스탄의 대초원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을 지나 사마라 칸트에 도착했다고 했다. 정말 대단한 여행이었다. 어렸을 적 내가 꿈꿔왔던 여행이었다. 그것을 실제로 하는 사람을 보니 부러움과 존경스러움이 동시에 몰려왔다. 여행이 길고 특이한만큼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우리는 결국 재용이 형과 이틀을 같이 보내며 재밌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가장 큰  사건은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러시아에서 러시아 친구들과 시베리아 오지 여행을 하며 바이크를 타던 중, 바이크 사고가 일어났다. 갈비뼈가 6개가 나가 결국 여행을 중지하고 1달간 쉬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휴향이 끝나고 여행을 중도에 포기했을 법도 한데, 형은 여행을 멈추지 않고 몽골로 넘어갔다. 같이 바이크를 탔던 동네 바이크 클럽 회장의 친구가 의사여서 천만다행이었다고 한다. 구글 지도에서 항상 보이던 그 초록색 부분에 사람들이 사는지 처음 알았다. 

 또 다양한 사람들 많이 만났다.  걸어서 헬싱키까지 가는 일본인 아저씨, 히치하이킹과 버스킹을 하는 러시아인들, 러시아 바이크족, 수상한 몽골 여자, 모닝을 유라시아 일주를 하려던 한국인 아저씨 등 주변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더 대단한 것은 재용이 형이 러시아어는커녕 영어도 거의 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즈베크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나, 은행에서 재용이 형은 거의 항상 한국어를 썼다. 러시아와 이집트에서 까막눈의 슬픔을 체험한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답답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야기를 듣고 같이 놀다가 결국 우리 호텔에서 1박을 제안했다. 재용이 형은 꽤나 미안한 눈치였지만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배웠던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형은 우리와 함께 잤고, 대신 다음날 우리의 기사가 되어주었다. 

왼쪽부터 아프로시압, 레기스탄, 모스크 내부


 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에서 아프로 시야 유적지, 울루 구 벡의 천문대, 레기스탄 광장의 2 마드라사와 모스크를 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다. 비수기여서 다른 여행자를 만나지 못할까 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비수기였기에 사람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여행자가 별로 없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마지막에 타지키스탄 비자가 늦게 나와 여행 일정과 계획이 꼬였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 계획대로 되는 것보다 되지 않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사마르칸트 여행 정보


 *교통

사마르칸트는 수도 타슈켄트에서 고속열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입니다.  부지런하신 분들은 타슈켄트에서 당일치기도 가능합니다. 

시내 교통은 버스, 트램, 택시 등이 있습니다. 택시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시내 이동은 2만솜~4만솜 사이였습니다. 


*주요 관광지 


우리에게 익숙한 고구려인(이후 통일신라인 이라는 학설도 있음)벽화가 있는 옛 타슈켄트의 흔적, 아프로시압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동선상으로도 시내에서 가장 멀며, 여기서부터 다른 곳들이 모두 일직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때 실크로드의 핵심 도시였던 이곳은 몽골군의 침입으로 오른쪽 사진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고요하고 쓸쓸한 이곳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아프로시압 구릉을 내려가다보면 저 멀리 모스크와 바자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바자르는 괜찮은 식당들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꽤 많다. 사실 타슈켄트의 초수르 바자르보다 인간적인 느낌이 나서 더 좋았다. 

 이후 모스크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왼쪽의 사마르칸트의 랜드마크인 레기스탄 광장이 그 위엄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레기스탄은 페르시아 어로 모래 광장이라는 뜻인데, 과거 이곳은 도시의 처형장이자, 법령을 공포하는 광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런 곳에 티무르 왕조의 왕들은 2개의 마드라사(이슬람 대학)과 하나의 모스크를 세워 새로운 도심의 중심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왕조를 연 티무르의 무덤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자리한다. 아프로시압에서 티무르 무덤까지 모두 거의 일직선에 있어 사마르칸트는 상당히 걷기 편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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