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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May 07. 2020

잠깐 쉬어가는 살타

아르헨티나 살타 여행기 

여행 중 가장 큰 결심을 했다. 계획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북부와 중부의 주요 도시를 둘러보려고 한 원래의 계획 대신 아르헨티나 중부의 한 도시, Salta에서 일주일 동안 쉬기로 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피곤함을 느낀 것이 결정의 계기가 되었다. 입 안에 헐고, 입술에 물집이 잡힌 것은 여행 중 처음이었다. 유럽에서도 정신없이 이동해야 하니, 유럽에 가기 전에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국경 통과는 어렵지 않았다. 다리 하나를 건너니 바로바로 아르헨티나였다. 국경 검문소는 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볼리비아 선거일이라 그런지, 국경은 한산했다. 줄도 없이 바로 입국심사를 끝낼 수 있었다. 빠르게 짐 검사를 끝내니 바로 아르헨티나였다.

 환전상에게서 볼리비아노와 미국 달러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을 하고, 버스표를 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환전상이 약간의 사기를 쳤다. 시세보다 5% 정도 적게 바꿔준 것이다. 역시 사전 조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5만 원 정도만 환전한 것이 다행이었다. 

국경도시 라퀴이카에서 살타는 매우 멀었다. 아침에 국경을 넘었지만 살타의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니 어느새 오후 6시였다. 아르헨티나는 매우 넓은 듯하다. 

 멕시코시티 이후로 오랜만에 한 곳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움직였다. 리마에서부터 살타까지, 쉬는 시간이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보내겠다는 생각 하나로, 남미의 모든 일정을 짧은 시간에 넣으려다가 몸이 상 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주일은 쉬기로 결정했다.  

 살타는 볼리비아들의 도시와 매우 대조되었다.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다. 도시는 바둑판식 구획이었으며, 길거리도 상대적으로 깨끗했다. 사람들이 신호를 지키는 것도 이제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도시 전체는 스페인 혹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같았다. 안데스 산맥의 시골 마을, 사막 마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도시를 걷다 보니 조금 더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포인트가 있었다. 

 살타의 중심 성당은 핑크색이었다. 살타 도시 전체가 흔하지 않은 핑크색 성당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있었다. 주요 볼거리와 식당들은 성당 앞 광장을 중심으로 모두 걸어서 20분 이내에 있었다. 예약한 호스텔이 바로 성당 뒤였기에 모든 것이 편했다. 

 살타는 도시 골목과 박물관 그리고 성당을 제외하면 사실 볼 만한 것이 없다. 살타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어 업체를 통해 시 외곽에서 MTB를 즐기거나, 투어를 통해 아르헨티나 북부를 관광한다, 하지만 몸이 지친 나는 그저 살타 시내에만 머물렀다. 셋째 날이 되자 갈 만한 곳은 모두 갔다. 아르헨티나 북부에서 발견된 미라들을 전시한 박물관, 핑크색 성당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는 전망대를 끝으로 살타 시내의 관광지는 모두 봤다. 

남은 시간에는 정말 여유를 즐겼다. 하루 한 끼는 직접 요리를 하면서, 남은 시간에는 카페에서, 그리고 시에스타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호스텔을 부엌을 우유니 역에서 만난 한 한국분과 함께 거의 두 명이서만 사용했기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요리와 설거지, 그리고 장보기로 보냈다. 소고기가 매우 쌌기에 매일매일 고기를 먹었다. 정말 맛 좋은 등심이 2017년 12월 당시 1kg에 한화로 1만 2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한 명이 6000원 정도만 내면 소고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꼭 카페에 갔다. 날씨가 좋아 항상 광장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카페가 문을 닫을 때쯤 호스텔에 돌아와서 맥주 혹은 와인을 마시면 하루가 끝났다. 앞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유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여유로운 날들을 보내니 확실히 여독이 풀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은 처음이었다. 멕시코시티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한가로움이었다. 5일 정도 되었을 무렵 문득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시간에 한국에서 계획한 대로 돌아다녔다면, 코르도바나 후후이 같은 다른 아르헨티나의 도시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르헨티나에 언제 다시 오겠는가를 생가하면 할수록 두려움과 걱정은 커져갔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살타에서 7일을 보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을까?  여행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는 그래도 샅타에서 쉬기로 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그때 만약 쉬지 않았다면 이후, 아르헨티나 일정, 유럽 일정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계획했던 아르헨티나 여행은 아니었지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살타 정보

https://goo.gl/maps/qLwaTv7WBqgsgEg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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