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ulness 서평
회사 생활이 힘들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상사의 업무 지시 스타일, 사내 조직문화, 다른 부서와의 관계에 대하여 친구들과, 동기들과 불평불만을 할 때쯤, 정말 이곳이 객관적으로 안 좋은 곳인가? 빠르게 이직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매일매일 안 좋은 점만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동기들과 친구들과 불평을 공유하면 할수록 회사는 더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행동을 하기 전에, 나의 전제조건이 과연 맞는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즉 “과연 나는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팩트들을 인식하고 있는가?”의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나는 팩트 풀니스를 읽기 시작했다.
책은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 TED 강연가인 저자가 범하기 쉬운 10가지 본능을 자신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통해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우리는 과연 우리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90년대부터 세계에 관한 간단한 13가지 질문을 다양한 국적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왔다. 조사 결과는 처참했다. 전 세계 평균적으로 13개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각각 7%~15%였다. 각 질문에 대한 선택지는 3개였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모든 정답지를 찍었을 경우, 정답률은 33%이지만 결과는 이것보다 낮았다. 저자의 조사 결과는 단순히 일반인을 대상뿐만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 모임,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 등 다양한 배경의 그룹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는 패턴이었더. 그리고 참가자들의 오답에는 하나의 패턴이 있었다. 우리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이고 희망이 없는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서 다음의 10가지 본능(사실상 인지 오류)을 제시한다.
간극 본능: 세상을 이쪽 대 저쪽, 양극으로 보려고 하는 오류
부정적 본능: 점진적 개선보다는 부정적인 곳에 눈이 가는 오류
직선 본능: 세상의 트렌드들은 직선이라고 믿는 오류
두려움 본능: 대상을 평가할 때 그 위험도를 실제보다 더 높게 생각하는 오류
크기 본능: 절대치에 집착하여 실제보다 비율을 왜곡하는 오류
일반화 본능: 대상을 일반화하는 오류
운명 본능: 타고난 특성들이 사람, 종교, 국가 등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오류
단일 관점 본능: 대상을 단순화하여 단순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오류
비난 본능: 문제가 발생할 때 시스템보다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오류
급박함 본능: 비판적 사고를 하기보다는 빠르게 행동하려는 오류
각각의 오류들은 일부는 시스템적 원인, 미디어, 교육 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원시적인 본능에서 근거한다. 우리의 구석기적 두뇌, 구석기시대의 본능이 이 오류들의 근본적인 원이이다. 당시의 생존전략으로 유효했던 본능들이 현대 21세기에는 인지 오류가 되는 것이다. 이 본능들은 우리가 세상을 객관적인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한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는 우리 행동의 오류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실 충실성(Factfullness)을 기를 것을 조언한다. 각각의 오류에 맞서 저자는 다음의 해결책을 요구한다.
간극 본능: 대다수가 있는 곳을 찾아라, 평균 비교, 극단 비교의 경계
부정적 본능: 좋은 소식은 뉴스가 되지 않는 것을 염두, 과거 미화의 경계
직선 본능: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들이 존재하는 것을 생각
두려움 본능: 공포와 위험의 구분, 위험성의 계산, 공포는 실제 위험함 X노출 빈도임을 명심
크기 본능: 비율을 고려할 것
일반화 본능: 내 범주를 의심하고 같은 집단 간의 차이, 다른 집단 간의 동질성 고려
운명 본능: 모든 것은 변하며, 더딘 변화도 변화임을 명심, 지식의 업데이트 필요
단일 관점 본능: 내 관점을 점검하고, 지식의 제한성 인정, 단순한 원인/해결책 프레임의 경계
비난 본능: 범인을 찾기보다는 원인을 찾고, 개인보다는 시스템에 집중
급박함 본능: 데이터 중시, 극적 조치의 경계 및 차근차근 행동할 것.
저자는 이 테크닉들을 이용하여 세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인간의 근본적인 인지 오류에 대해서는 타당한 지적과 해결책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겹치는 인지 오류들이다. 사실 대중서이기에 높은 과학적, 논리적 타당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숫자 10을 채우기 위하여 노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일반화 본능과 단일 관점 본능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일반화의 가장 큰 기저 원인은 대상의 단순화, 단일화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이 효율적이기에,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일반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부정적 본능과 공포 본능도 결국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인 기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원시 인류의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본능이 세 오류의 근본 기제이다. 위협을 과대평가 하기에 부정적인 뉴스들이 더 눈에 잘 띄며, 그것을 더 과대평가하여 공포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두 오류는 사실상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큰 아쉬움은 책의 대전제이자 결론이다. 세상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결론이 조금은 의심스럽다. 확실히 저자의 주장대로 지난 50년간 극단적인 빈곤은 9%대로 감소하였으며, 대부분의 인구가 LV2~LV4사이의 중위소득에 들어갔다. 기본적 백 신접 종률도 늘고 있으며 영아사망률도 감소 추세이다. 그러나 이것들만으로는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 세상에는 단선적인 트렌드가 없으며, 숫자 그 이상을 봐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09년까지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세상은 조금 다르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조금씩 퍼져갔고, 트럼프의 당선과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로 실현되었다. 또한 경제적으로 악화된 지역은 권위주의 정부 출현의 밑거름이 되었다. 실제로 2010년 후반부터 각국에선 민족주의와 극우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폴란드, 헝가리, 터키, 브라질, 등은 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섰으며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기존 정부보다는 냉전 때의 공산독재국가를 연상시키는 정부 체제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숫자가 전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들을 무시한 점이 아쉽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책은 나의 상황에는 훌륭한 답이 되었다. 내가 우리 회사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생각보다 높은 3년 내 이직률, 간간이 들려오는 5~10년 차 경력직들의 이직 케이스, 회사의 조직문화. 그러나 책을 읽으며 이것들이 오류임을 깨달았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부문의 이직률은 3년 이내 직원의 35% 정도이다. 그러나 일본 평균 3년 이내 직원의 정착률이 70% 임을 고려하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다. 또한 5_10년 차 경력직들의 이직 케이스는 정말 각각의 케이스일 뿐, 트렌드는 아니었다. 조직문화 또한 다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블라인드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본다면, 다른 조직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흔한 문제들이었다. 나 또한 크기 오류, 그리고 부정적 오류에 빠진 것이었다.
4년간의 사회학 전공(사실상 3년)에서 배웠던 가장 큰 사실은 우리가 세상을 사실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객관적 실체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100% 파악하지 못한다. 우리의 행동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우리가 그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즉 우리의 인식(perception)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그 인식은 하늘로부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의 학습된 가치관과 선호, 본능적인 인지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 근거가 사실이 아닌 인식된 사실이라는 점에서, 그 인식을 왜곡할 수 있는 인지 오류에 대한 논의는 매우 유의미하다. 책의 교훈인 데이터 중심의 판단, 인지 오류의 배제 노력은 단순히 학술적인 관점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업무 처리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Factfulness: ten reasons we are wrong about the world and why things are better than you think, Hans Rosling with Ola Rosling and Anna Rosling Ronnlund, Flatiron Books, New York,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