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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Feb 20. 2021

70세 정년, 새로운 사회계약

닛케이 비즈니스 2021.02.22 리뷰

[70세 정년 패닉, 당신은 조직의 전력인가, 짐인가]

 일본에서 고령화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가지 변수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업무 자동화의 이야기다. 점점 더 진행되는 업무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인하여 사회에서 요구되는 업무와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언매치가 더 심화되고 있다. 미츠비시 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노동자들을 크게 4 영역에 맞추어 분류했다. 세로축은 업무가 루틴적인가 창조적인가, 가로축은 육체노동인가, 화이트칼라인가에 따라 나누었다. 이에 따르면 판매 서비스직, 생산-운송-건설업, 사무직은 육체노동, 화이트 칼라에 상관없이 모두 루틴적인 업무이기에 아래에 놓인다. 문제는 이 영역들은 2025년이 되면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루틴적인 업무, 즉 반복적인 업무는 점점 더 대체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 영역들은 노령인구를 흡수해 주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일본의 경우 65세까지는 어떤 고용의 형태로든 기업은 고용을 제공할 의무를 지닌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경우 50대 후반,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65세까지는 파트너 사원, 계약 사원의 비정규직 형태로 자회사, 혹은 그룹 내 다른 회사에 고용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들은 대부분 간단한 사무업무를 수행하거나, 퇴직 직전 업무를 수행하며 퇴직 직전 급여의 60%~70%를 받는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기업으로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앞서서 적응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다이와 증권 같은 경우, 2015년부터 45세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포인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45세~정년까지 외부 자격증(공인 회계사, 중소기업 진단사, 재무관리사 등) 혹은 사내 연수 수강 이력을 모두 포인트화 하는 것이다. 쌓은 포인트에 따라 특급~3급으로 나누어, 특급의 경우 정년 이후 오히려 정년 전 급여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능력 있는 사원을 재고용하기 위하여, 조직을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반면 항상 인력이 부족했던 편의점, 유통업계는 또 다른 전략을 취한다. 많은 고령자들이 일하는 세븐일레븐 같은 경우, 지자체와 손잡고 “포스기 이용 캠페인” 등의 체험 이벤트를 진행한다. 고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자 포스기를 체험해 보는 이벤트로서, 고령자들이 실제 이용에 익숙해지고, 보다 거부감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게 하는 것이다. 마루가메 제면의 경우는 노령자의 노하우와 점포 운영 경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 점포에서 오래 근무한 사원의 경우, 그 지역의 연중 수요 트렌드 등을 모두 알고 있기에, 그러한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루가메의 경우 65세 이상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에 달한다.


 하지만 고령자의 취업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굳어버린 머리와 프라이드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일본에서 은퇴한 단카이 세대(베이비 부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그룹은 남자-관리직-대기업 출신이다. 도쿄에서 70세 이상의 재취업을 알선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는 항상 취업설명회 이후 은퇴한 대기업 출신들이 “나에게 맞는 일이 없다”라고 한탄한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급여와 복지 등의 대우였다. 본인이 정년까지 받았던 급여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인사 문제 전문가인 가쿠슈인 대학교의 콘노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기 객관화와 전문성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본인이 인지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현재 본인이 보유한 스킬, 그리고 사회적으로 수요가 있는 스킬의 갭을 인지하고, 그 갭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이다. 다시 대학에 등록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앞으로 수요가 있을 스킬을 익히고,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모든 선진국들의 숙제이다. 생산가능 인구의 축소는 곧 내수 시장의 축소, 경제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AI와 같은 업무 자동화가 그것이다. 전통적으로 노령인구의 고용을 흡수할 수 있던 사업 영역은 이제 2030년 이후 더 축소될 것이다.
 그래서 인가. 일본은 2017년 고령자의 정의를 65세에서 75세 이상으로 바꾸고, 위와같은 새로운 사회계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 또한 저출산 고령화에 있어서만큼은 일본과 같은 궤도를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기에 “70세까지 일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에 있어 중요하다.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사회적 제도 및 기업 내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보다 확실한 커리어 계획이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5~10년을 예측하여, 필요로 할 스킬을 익히고, 그 트렌드에 맞추어 본인의 커리어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50세, 60세가 되었을 때, 조직의 짐이 아닌 조직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빠른 시기부터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커리어 플랜의 기획과 실행이 중요하다.
 

 너무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 성과사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듯했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입 없이 자기 자신을 착취하여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도전하는 것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믿는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큰 울림이 있는 기사였다.


출처: 닛케이 비즈니스 2021년 2월 22일, 2079호,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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