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보수 프로젝트의 작은 매력
"재미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진짜 보람을 찾다
과거 컨설팅 회사에 몸담았을 때는 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툴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주간의 추가 지원 기간이 있었다. 일종의 A/S 기간인 셈이다. 하지만 계약이 끝나면 우리의 역할도 거기까지였다. 일단 만들어진 시스템이 이후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문제를 겪는지를 깊이 경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지난 2월, 새로운 회사로 옮기면서 나의 역할은 180도 바뀌었다.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고객이 잘 '쓰도록' 돕는 운영/보수 프로젝트가 주된 업무가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도입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실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Go-Live'의 순간까지, 거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반면 운영/보수 프로젝트에는 그런 드라마틱한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이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나는 재미나 흥미와는 다른 종류의 감정, 바로 '보람'을 배워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문제없이 작동해야 한다. 도입 단계에서 고객의 모든 시스템 요구 조건을 맞추고, 수많은 시나리오를 테스트하며,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회사의 제품처럼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경우,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문제가 생겨도 즉시 복구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이론을 벗어난다. 고객사 네트워크 환경이 바뀌거나, 사용자가 무언가를 잘못 조작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이유로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 문제가 생기면 고객은 우리에게 연락하고, 우리는 증상과 데이터를 받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것이 운영/보수 프로젝트의 평범한 일상이다.
지난달, 한 작은 고객사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 왔다. 신기하게도 "아, 이번 주는 좀 한가하네"라는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문제 자체는 간단했다. 과거에도 몇 번 발생했던 터라, 우리 팀은 해결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 문서와 동영상 가이드까지 만들어두었다. 사실 해당 자료의 링크만 보내주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모든 자료는 영어로 되어 있었고, 전화기 너머 고객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작은 회사였다.
순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냥 링크를 보내면 나의 일은 몇 초 만에 끝난다. 오늘 하루가 편해진다. 그렇다고 이 고객사 하나만 특별 대우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고객의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는 것도 명백했다.
짧은 고민 끝에, 나는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고객에게 시스템에 접속해 달라고 말한 뒤, 차근차근 문제 해결 과정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영어 문서와 동영상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일본어로 통역해 전달하는 것뿐이었지만, 고객은 내 말에 따라 차분히 시스템을 조작했고, 마침내 문제가 해결되었다. 40분가량이 걸린 통화였다.
다행히 고객의 업무는 아무런 차질 없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깊은 안도와 함께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가 날아왔다.
"本当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정말로 고맙습니다)."
도입 프로젝트처럼 세상을 바꾸는 듯한 거대한 성취감은 없다. 하지만 고객의 막막한 문제를 해결해 주었을 때, 전화기 너머로 전해져 오는 그 진심 어린 감사 인사 한마디. 그 작은 보람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것이 운영/보수 프로젝트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는 일. 나는 오늘 또 한 번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