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2001년 어느 날.
갑작스럽게 비가 왔어.
급하게 몸을 피했는데, 학교 앞 사거리에 있던 음반가게 옆 계단 통로였어.
등을 벽에 붙이고 하늘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음반가게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거야.
멍하더라.
하늘의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정지한 기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멈춰있는 기분.
빠방 거리던 자동차 소리도, 빗소리도 다 없어진 기분.
움직이는 건 나뿐이고, 들리는 건 그 피아노 소리뿐이었어.
멍하니. 그렇게 그곳에 멈춰있었어.
좋더라.
그때부터. 비 오는 날엔, 의식적으로 피아노 연주곡을 들었어.
지금도.
참... 비 오는 날이 싫었는데, 덕분에 조금 좋아졌어. 약간은 기대도 되고.
얼마 전. 좋아하는 후배의 생일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 친구가 피아노 연주곡 링크를 하나 툭 보내더라고.
여긴 비가 오고 있고, 그래서 내 생각이 났다고.
아! 그때 들리던 피아노 음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always with me'.
아무튼.
난. 비 오는 날 피아노 연주곡 듣는 게 좋아.
뭐.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