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고등학교의 시험이 끝났습니다. 코로나로 시험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나도 다행히 잘 진행되었습니다.
시험 감독을 섰어요. 때로는 교실 안에서, 때로는 복도를 돌아다니며 자습 감독을 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시험을 연달아 보지 않고, 시험과 시험 사이에 자습시간이 종종 있거든요.
언젠가부터. 시험 감독을 서면서
아이들이 부정행위를 하나 안 하나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시험 치는 학생 친구들 한 명씩 한 명씩 눈길을 주며,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잘 봐라. 잘 봐라... 포기하지는 말자... 속으로 중얼거리면서요.
그냥. 제가 그렇게 하니. 마음이 편해요. 아이들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니까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그 친구도 좀 더 힘낼 거 같으니까요.
아무튼.
늘 시험감독 서는 것이 한 해 한 해 힘듭니다.
진지하게 시험을 치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시험은 그저 일찍 끝나는 날이라고 여기는 친구들도 많고요. OMR카드를 받자마자 시험 시작 종이 치기도 전에 1자로 찍고, 자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고... 그래도 예의상? 시험지를 한번 정도는 쓰윽 보고 찍고 자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있거든요.
시험이 뭐길래. 이렇게 아이들을 힘들게, 고통스럽게 하나. 과연 이게 맞나... 나는 왜 여기에 있나. 이게 옳은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리고 한없이 우울해져요. 힘듭니다.
노래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사실. 시이죠.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유하의 <학교에서 배운 것>입니다.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중에서도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런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유하 시 '학교에서 배운 것"
그리고 그가 만든 <말죽거리 잔혹사>에 김진표가 노래로 만들었지요.
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습니다.
오늘. 아니... 당분간은 그럼에도 학교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