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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해숲 Dec 25. 2021

가족사진. 그리고 합천군 봉산면

여섯 번째 사연.

수디. 안녕하세요. 

오늘도 여느 날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했습니다.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듣고. 가슴이 멍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그 노래 신청해도 되죠?


김진호의 <가족사진>입니다. 


아부지께서 지금의 내 나이를 지날 때가 95년이더라고요. 제가 중학교 때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바라본 아부지는 엄청 큰 산이었어요. 열정적이셨고, 씩씩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작고 여립니다. 아부지가 더 커 보입니다. 


아부지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묻고 싶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루하루 견디셨는지...


여유가 생기면. 아부지가 계신 합천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사실. 아침에 저 노래를 듣고 생각난 글. 생각난 사진이 있습니다. 이곳에 옮깁니다.


2019년 4월 8일.
아부지는 멋있는 눈꼬리 주름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그 주름이 하늘로 날아가는 새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깊었고, 그래서 진했다. 
그 주름은 아부지께서 웃으실 때 더 깊어지고, 진했다.
종종 아부지의 주름을 닮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때마다 아부지가 생각난다.
 
주말, 벚꽃을 보자며 집을 나섰다. 
벚꽃길은 번잡했고, 나란히 있는 갈대길은 한산했다. 잠시 갈대길로 내려가 아내와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보며. 아부지가 문득 생각났다. 
아부지의 주름을 나도 가지고 있었다. 

아부지가. 더. 보고 싶은. 오늘이다. 


아! 김진호가 KBS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던 <가족사진>이 울림이 큽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 웃음꽃 피울 수 있는. 지금을 사실 수 있는 지혜가 늘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진호 <가족사진>, 2003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에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

내 젊은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우리 엄마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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