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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Jun 13. 2016

어디선가 흐르고 흘러 거짓말처럼 만났던 우리처럼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따듯한 날들이 반복되다, 간만에 강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퇴근길, 시린 손을 주머니 속에 푹 찔러 넣으니 동전 하나가 잡혔다. 며칠전 같이 일하는 형 방에서 훔쳐(?)오듯 가져온 2유로짜리 동전이 주머니 속에 숨어 있었나 보다.


 한참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어렸을 적 학교앞에서 자주하던 가위바위보 게임기에서 나오던 메달과 흡사하게 생겼다. 태어난 년도는 2010년. 이 동전은 어떤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머나먼 타국에 -내 손에- 있는 걸까? 햇수로 6년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며,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까? 잠시 공상에 젖어본다.


 키프로스의 어느 한적한 마을, 이사가는 꼬마 아이가 둘도 없는 친구에게 "이건 행운의 동전이니까 평생 간직해" 라며 선물했던 동전일 수도,


 체코의 한 행인이 걸인에게 건냈던 동전을 다른 동전 몇 개와 함께 맥주 한 잔과 교환한 걸 수도,


 이탈리아의 짠돌이 할아버지가 비닐봉지에 동전을 잔뜩 모아 은행에 맡긴 걸 수도 있으리라.


 너도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다 라고 생각하다 보니, 사람의 연이라는 게 돌고 도는 동전 같다. 생각지도 않게 만나 평생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기도 -사실 생각해 보면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그냥 손 쉽게 관계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불안하지만 수십, 수 백번을 돌고 돌아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이전의 사연들 마치 없었던 것처럼 가슴에 담고, 다들 하나의 동전처럼 그저 자신의 가치를 다한다.


                                                    -201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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