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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Jun 20. 2016

나만 간직하고 싶은 그런 장소가 있나요?

 우리 집 근처에 '민사랑 서점'이라는 작고 오래된 서점이 있다.  너무 오래되어서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서점인지, 아니면 언젠가 그냥 생긴 것인지 모를.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고, 약간의 흑백의 느낌이 나는 그런 서점 말이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책의 내용보단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사는 편이라서 인터넷으로 구매하기보단, 굳이 더 비싼 값을 주더라도 동네 책방에서 직접 책을 사곤 한다. 도종환 시인도 당골이었던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 서점을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우리 동네 골목에 숨어(?) 있는 그 조그만 커피숍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만 알고 있고 싶은 그런 장소이다.


 내가 그 서점을 좋아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책을 사면 '부스럭부스럭' 요란스럽게 소리가 나는 비닐봉지가 아닌 황토색종이 각봉투에 책을 담아준다. 정성스럽게 책을 담아 운치와 정감을 함께 넣어준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 각봉투를 들고 길을 걸어갈 때면 내가 멋있어 보일 것만 같다. 70~80년대 멋스러운 청년의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할지 모르겠다.


 딱딱한 디지털 물건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멋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람들이 때로는 편리함보다는 이런 감성을 더 중요시한다면, 조금은 더 남을 배려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뚱맞게 생각해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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