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 있잖아.
오늘이 그래. 오늘 같은 날 멍 때리기 대회 했으면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일텐데. 책도 읽기 싫고, 핸드폰 게임도 하기 싫고, 심지어 생각도 하기 싫은 그런 날.
가만히 앉아 창 밖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구슬비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이런 날은 꼭 이럴 때 찾아 오더라구.
생각에 생각의 덩어리들이 모이고 모여 견디지 못할 무게가 되면 소낙비처럼 내 안에 쏟아지는거야. 그런 날은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서 내리는 생각의 비 들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찾는거지. 그런 날을 여유라고 부르기도 하나보다.
아무튼 오늘은 그런 날이야. 톡톡 떨어지는 빗 방울방울 마다 내 생각을 하나씩 꾹꾹 눌러 담아 흘려 보내고 싶은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