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지.
그날도 오늘처럼 린넨 셔츠를 입었고,
그날도 오늘처럼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었어.
작은 우산 때문에 셔츠는 다 젖었고,
얇은 셔츠 때문에 내 속살이 다 보인다며 넌 웃었지.
오늘도 그날 같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어.
오늘도 별로 변한 건 없는데 너만 없다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뿌리째 뽑힌 구덩이가 칠흑같이 깊고 어두워 언제 메워질지 아니 메워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생각했어.
그래,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