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것에는 특별한 동기나 연유를 찾을 수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안타깝게도 상대와 멀어지는 계기도 비슷할 것이고요. 명백한 잘못이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서 아주 사소한 이유들로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하루의 해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우리의 생이 그러하듯이 삶을 살면서 맺는 관계들도 모두 이렇게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시작은 거창했는데 끝이 흐지부지 맺어지는 관계도 있고 어서 끝나서 영영 모르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하는 관계도 있고 끝을 생각하기 두려울 만큼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짧은 기간의 교류든 평생에 걸친 반려든 우주의 시간을 생각하면 모두 한철이라는 것이고, 다행인 것은 이 한철 동안 우리는 서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잘도 담아둔다는 것입니다. 기억이든 기록이든.
- 박준, 계절 산문 中 (140p~141p) -
인생에 다신 없을 것 같던 사랑이 찾아왔다. 십 수년에 한 번 필까 말까 한 꽃이 있다던데 그 이름 모를 꽃처럼.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사랑도 해볼만큼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감정은 겪는다고 익숙해 지진 않는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상황이 처음 겪는 일이다. 그래서 작은 울림에도 마음이 더 동요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관계란 이런 것이지. 글을 읽고 나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하다. 아직은 끝을 생각하기 두려울 만큼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흘러가듯 멀어져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다. 물론 힘들겠지만..... 하루하루 마음이 고되다. 아침에 글이랍시고 끼적이고 있는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