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3TUE
오늘은 잠 못 들던 어떤 날들이 떠오르는데,
그 때의 나는 기분을 조절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 날들은 사실 굉장히 오래 지속되어서
나는 잘 잔다는 감각이 어떤 감각인지조차 생경했다.
십오년 정도를 그렇게 지냈다.
마르고 예민해서 잘 못 자고 잘 못 먹고 잘 웃지 못하는 사람일 때의 나도
지금 생각하면 나름대로 애정이 가지만,
그것이 나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지금은 난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는 그런 사람이 되었는데,
그렇게 되는 중, 그러니까, 그 과도기를 넘어간 직후에는,
결국 내가, 이전에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던 안정적인 사람의 범주로 넘어와 버린 것을 인지하고
기분이 너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홍수 속에서 살아다가다 별안간 둘러보니 사막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비옥한 땅에 있다는 걸 알고, 그것이 퍽 행복하다.
엊그제는 이상적인 공동주거형태를 구경하는 꿈을 꾸었다.
층으로는 구분되지 않았지만, 지대에 높낮이가 있었고,
그 곳에 8개 정도의 가구가 각자의 카라반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들었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같은 영상을 보았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서로가 안전한지 언제든 눈을 돌리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곳은 개념적으로도 아름다웠지만, 물리적으로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깨고 나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 곳이 그리워서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꿈에서는 다른 이름이었지만, 빈야드 그런 이름이었나, 오스본 그런 이름이었나,
근데 내가 만약에 짓는다면, 메종 드 엘런으로 지어야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