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이제 나는 눈을 감지 않으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건지, 그런 상태인건지 모르겠지만, 가역적인 변화인지, 비가역적인 변화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눈을 감지 않으면 많은 것들로부터 벗어 날 수가 없고 그것은 나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이 글은 눈을 감고 쓰고 있다. 듣고 있는 음악은 Dancing in the moonlight. 오늘은, 지금은, 삶의 단순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눈을 감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눈을 뜨면 너무 많은 것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나는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선택하기가 어렵다. 집안일과, 내일부터 해야 하는 업무와, 재태크와 뭐 그런 어떤 것들. 어른의 것들. 나의 존재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많은 의무적이라고 여겨지는 일들. 그런 것들이 내 뇌의 CPU를 많이 잡아먹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음악을 틀고 눈을 감으면 조금은 벗어 날 수 있다. 어떤 텅 빈 공간에 들리는 음악은 나를 잠시 다른 환경에 있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테면 내 두개골 안의 뇌라는 방에 불을 끄고 자리를 깔고 앉은 기분이랄지.
여행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그 곳에서 나의 많은 의무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눈을 감은 것과 같이. 그러나 스마트폰이 생기고 난 후로는 글쎄,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있기 전 갔던 여행에서는 정말 나는 다르다고 느꼈다. 다른 곳에 있다고. 그리고 그 곳에서 머물 때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 돌아가던 여러 쓰레드를 멈출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현실과 루틴을 그리워 한다. 그러니까 내 말은 현실이 싫고 도망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가끔은 눈을 감고 글을 쓰는 날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원한다면, 가끔 현실을 잊을 필요도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