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소리 안 나게 물건을 놓을 것 같은 사람이 살 것 같은 집이 있다. 여러번 가정하게 되는 가정적인 사람이 살 것 같은 집. 물건이 많아도 조화로운, 그러나 조화도 생화로 착각 할 만큼 생기가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런 공간에 사는 사람의 생기부에는 무어라고 적혀있을까. 이 학생은 소리 안 나게 물건을 놓는 품위를 갖췄습니다.
고요해도 시끄러운 곳이 있고 시끄러워도 고요한 곳이 있다. 그 고요함은 공간의 주인이 누구냐에 대한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내는 공간에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그 공간과 그 사람이 어느정도 동기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처한 상황이 같지는 않으니 한계는 있겠으나, 그래도 공간에 방문하면 그 사람의 세상에 들어간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해 의도적인 의사소통으로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전달해준다. 그래서 내가 존재하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 역시 사랑한다.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 온전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설계한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