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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남 Dec 07. 2023

이런 그림인 줄은 몰랐지, 마음을 다독여준 나의 만다라




인도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언제 어디서든 알록달록 예쁜 패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여인들은 형형 색색의 아름다운 사리를 입고 다녔고

노점에서도 알록달록 예쁜 전통 패턴들이 그려진 스카프나 스커트 등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악세서리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려한 패턴 속 온갖 보석들로 수놓여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늘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옷을 즐겨 입다가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 하다고 느껴질 만한 옷감을 무심히 휘감고 다니는 그들을 보며

저도 점점 물들어 갔어요.



그렇게 인도에서 본격적인 첫 낙서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지금 보면 엉성하기 그지 없지만, 이렇게나마 사진으로 남겨두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원본 그림은 어느 짐에 실려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자, 아무튼 지금은 저는 만다라를 그립니다.

참으로 오래도록 꾸준히도 그려왔던 것 같아요.

사이즈도 손바닥 만 한 사이즈부터 종이와 공간만 허락한다면 큰 사이즈도 문제가 없습니다.



만다라는 기본적으로 원 을 베이스로 하는 그림입니다.

컴파스와 펜만 있다면 무엇이든 창조해낼 수 있는 나만의 세상.

이게 종교적인 의미와 상징이 있다는 것은 제가 만다라를 한참 그리고 난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그저,

이 만다라를 그리고 있는 동안에는 무념 무상

끊임 없이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종교는 없지만 불교의 고즈넉함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대웅전에서만 맡을 수 있는 은은한 향 냄새를 더욱 좋아하긴 합니다.

그래서 가끔 사찰에 들를 때마다 색색의 아름다운 단청과 불화를 보고 한참을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어요.

저에게 있어서 이러한 그림은 원초적인 이끌림에 더욱 가까웠습니다.

딱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저를 사로잡곤 했거든요.


사실 만다라의 형태는 불교에서는 무척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만다라는 인도의 힌두교, 그리고 불교에서 원을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그림들이 많고

만다라를 통해 수행을 한다고 합니다.


수행, 이라는 그 말이 참으로 와닿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작은 원이라도 그 하나의 원을 일정하게 채워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수고로움, 그리고

정성과 고민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복잡한 날은 저는 만다라를 그리거든요.


어찌보면, 만다라 만큼 쉬운 그림은 없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을 위한 낙서 수업에 만다라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었고요.


그림이 쉽지, 그 시간을 온전히 정성과 집중을 다해 

몇 시간이나 며칠이 될지도 모르는 그 시간을 다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거든요.


필요한 건 오직 온 마음을 다한 집중력과 꾸준함이에요.

그림의 크기에 따라 그 시간은 엄청나게 길어지기도 하고,

잠시 테이블에 앉은 한 두시간 정도로 끝나기도 하고요.


하나의 만다라를 완성하기 위해서 정해진 규칙이라고는 원 안의 무수히 많은 반복되는 각을 질서정연하게 채워넣는다는 것, 그리고 그 각도 내가 원하는 대로 규정할 수 있고

채워넣는 건 그 무엇이든 관계가 없다는 것 정도겠지요.

그래서 어느날은 과감하게 낙서의 대상으로 만다라를 꼽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며칠간은 무념무상으로, 다만 손가락이 좀 아픈 채로 지낼 수 있게 됩니다 하하.


손바닥 만한 작은 엽서안에 들어가는 만다라도




크나큰 A2사이즈에 그린 만다라도

온전한 집중과 정성을 담아 그렸습니다.

꼭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을 갖고 싶다고 하셔서

주문받아서 그려드리고 보내드렸는데,

받으시고 난 후 좋은 인연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다고 하셔서

저도 내심 기쁘고 신기했던 기억이 담긴 그림입니다.





다양한 원 여러개가 만나 코끼리를 감싸는 형태의 만다라도 그렸구요

이 그림은 개인 소장하기 위해 그렸어요.

며칠간 그렸던 그림이고, 개인적인 소망과 마음을 담아 그렸던지라

더 소중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다양한 원들이 만나 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이 날은 인도의 디왈리였어요. 그래서 초를 함께 켜두고 촬영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만다라를 낙서라고 하면 말도 안된다고 생각 하시겠지만,

제 낙서 인생의 한 획을 그은 아이들로

정말 오롯이 손의 감각에만 집중하고 싶은 날은

작품 급의 만다라 낙서를 하기도 합니다.

저에겐 그 어떤 종교적 의미가 없으니

나와의 사투(?)를 벌이는 정교한 낙서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 끝엔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세계를 펼치고 있는

만다라가 남게 됩니다.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만다라 작품을 의뢰하시는 분이 생겨서

저는 이만 글 쓴느 것을 마무리 하고 그림을 그리러 가야겠네요.


낙서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

이보다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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