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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남 Nov 16. 2023

낙서 수업을 듣고 싶은 분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저는 파티원이 늘어 즐거웠답니다.



그림을 배운 적 없는 제가 누군가에게 그림을 가르친다는 게

참으로 어이없을 수도 있으실 테지만,

유독 "그림그리는 일" 그게 설령 "낙서"일 지라도

심리적으로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감사하게도 타고난 재능과 제 성질머리가

한시도 손을 가만 두지 못하고 어딘가에 지속적으로 끄적여야 하다 보니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실력이 점점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대 입시 공부하듯 그림을 그려온 분들과는 그림체도 다르고, 그 실력도 월등히 다르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이 저에겐 잘 그려야 한다는 "스트레스" 보다는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힐링" 의 시간이다 보니

즐기면서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블로그에 오랜 시간 낙서기록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나도 낙서를 배우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엥? 낙서를 배워? 그냥 펜과 종이만 있으면 끄적이면 되는 게 아니었나? 

했지만.


뭐든 배워서 잘 해내야만 한다는 

오랜 역사와 전통의 한국식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배워서라도 낙서를 해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 짜내어 커리큘럼을 만들고

제 스타일의 낙서를 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눈높이 수업 방식과

수업 자료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패턴과 반복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이다 보니 정말 멍 때리면서

펜과 종이만 있으면 머리를 비워내는 데 딱이었던 "젠탱글"에 기반한 낙서 수업이었어요.

제 낙서를 파헤쳐보면 큰 아웃라인과, 그 안을 가득 채우는 패턴들이 가득했거든요.

제가 낙서할 때 자주 쓰는 점, 선, 그리도 다양한 패턴은 물론

그림의 다양성을 위해 젠탱글에서 사용하는 패턴들 그리는 방법과 자료들도 준비했습니다.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기 보단, 이 힐링의 시간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만의 낙서 노트 만들기"를 기초 수업으로 준비했어요.



준비물은 놀랍도록 간단합니다.

물론 재료도 제가 모두 준비했어요.




펜을 다짜고짜 쥐어드리면 아주 어려워하시는 걸 알기에

당황하시지 않도록! 

콤파스를 준비해서 아무 생각없이 죽죽 긋다 보면 다양한 면이 생기게 됩니다.

채워나가는 건 쉬워요.






그림을 채워도 좋고, 문구를 적어 넣어도 좋습니다.

수업 자료에 넣어드린 다양한 패턴들을 채우는 것 만으로도

핸드폰과 두 시간 이상은 빠이빠이가 가능합니다.




종이 위에 선 하나만 긋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입니다.

굳이 더 설명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실 만큼 정말 쉽거든요.

게다가 낙서의 좋은 점은 머릿속으로 아~무 생각이나 계산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손은 움직이면서 이런 저런 대화도 끊임없이 가능합니다.

차 한잔 마시면서 손을 움직이고, 처음 본 사이지만 허심탄회 하게 속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처음 펜을 잡은 분들이지만 대단하지 않나요?

아래 여자 얼굴 그림은 아웃라인과 얼굴만 제가 그려드렸고, 나머지는 직접 꾸미신 그림입니다.

그림 그리는 내내 펜 하나와 종이만 있으면 이렇게 온전히 집중해서 

다른 생각 없이 낙서만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렇다니까요? 이게 힐링이 진짜 됩니다.

낙서는 참 좋은거라구요.




아, 그림 보니까 저도 다시 그리고 싶네요.

힐링낙서 수업은 일정 조율이 되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조만간 또 판을 한 번 벌려봐야겠어요.

즐거운 시간, 즐거운 만남, 그저 펜을 잡고 있는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된다는 걸 함께 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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