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 버튼
누구에게나 행복 버튼이라는 게 있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음료가 나오듯, 내게도 누르면 반드시 행복이 나오는 몇 가지 행동 양식이 있다. 나는 그것을 나만의 행복 버튼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버튼은 한강이다. 나는 예외 없이 한강에 가면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사주팔자에 물이 없어 항상 물 주변에 기웃거려야 한다는 역술가의 말처럼, 우연찮게도 평생을 한강 근처에서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울적할 때도, 행복할 때도 나는 한강에 간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통해 출퇴근했다. 회사원 시절 내 멘탈이 비교적 단단했던 데에는 한강이 있었다. 한강은 일종의 내 스위치였다. 그곳을 통과하면 회사원 허 모 씨의 일상을 내려놓고 본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와 집으로 향하곤 했다. 이상하게도 한강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손이 시리게 추운 겨울에도 한강은 언제나 내 1순위 행복 버튼이었다.
두 번째 버튼은 치킨이다. 초등학생 허성현이든 삼십대의 허성현이든 치킨 앞에서는 여전히 아이가 된다. 잘 튀겨낸 치킨 앞에서 우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치킨은 내게 언제나 행복 푸드였다. 우울한 날에는 우울해서 먹고, 즐거운 날에는 즐거워서 먹는다. 친구를 만나도, 술 한잔을 할 때도, 지친 일정을 끝내고 한가로운 며칠을 보상받는 날에는 나는 어김없이 치킨을 찾는다.
그리고 오늘, 내 행복 버튼을 하나 더 발견했다. 그것은 노란색 아기 상어 우산을 쓰고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아들의 엉덩이다. 이슬비가 내리던 아침, 자기 우산을 꼭 쓰고 가겠다는 아이와 함께 등원했다. 조그만 몸에 자기만 한 우산을 쓰고 걷는데, 얼굴도 몸도 거의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뒤뚱뒤뚱 흔들리는 작은 엉덩이만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 조금은 피곤하고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하나의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지금 누가 내게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행복은 우산 아래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아들의 엉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