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가훈

그저 튼튼하게만 자라라

by 허성현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가훈을 적어오는 시간이 있었다. 어머니는 늘 당당하게 “몸 튼튼, 마음 튼튼”이라는 다소 유치한 가훈을 적어주시곤 했다. 그 당시 가훈이랄 게 어디 있었겠냐만, 나는 매번 등교하며 툴툴거렸다. “유치하게 몸 튼튼, 마음 튼튼이 뭐야!”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는 우리 아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면 좋을까 고민한다. 그 엄마에 그 아들이라고, 나 역시 이준이가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라임도 훌륭하다.)


나는 우리 이준이가 똑똑한 이준이, 서울대생 이준이, 돈을 잘 버는 이준이가 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런 것보다는 무엇을 하든 튼튼한 이준이면 좋겠다. 아마 오래전 나를 바라보던 부모님의 시선도 그랬을 것이다. 살다 보면 내 명함에 쓰일 수식어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노력한다면 비교적 높은 확률로 튼튼한 마음과 몸은 가질 수 있다.


나는 가끔 부모님을 보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내 삶에 ‘내’가 없이 사셨을까. 평생 가족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오셨을까. 어머니 아버지도 분명 무엇인가 되고 싶고 하고 싶으셨을 텐데 말이다. “그땐 다 그렇게 살았어.” 맞는 말임에도, 나와 또래가 부모님의 삶을 들으면 씁쓸함이 남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시절을 보내셨기에, 우리 어머니는 더 강하게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네 이력서를 꾸밀 단어들은 네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니 더더욱 튼튼한 마음과 몸으로 살아가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당당한 네가 되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나도 같은 마음으로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들아, 인생은 대부분 네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을 거다. 그러니 더, 더, 더, 더 튼튼하자. 튼튼한 마음과 몸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자. 너의 할머니가 아빠를 바라보며 응원했듯, 나 또한 늘 그렇게 너를 응원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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