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쇼호스트 성장기 (9)

쇼호스트 대망의 행복편

by 허성현

오래도 걸렸다. 지난번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적은 이후, 다음 편에는 꼭 행복편을 쓰겠다고 했는데 막상 노트를 펼치니 그 행복을 적는 게 쉽지 않구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최근 그 행복에 대한 단편을 얻게 되어 다시 글을 적어본다.


https://brunch.co.kr/@getbetter/15




행복의 단편 1.


얼마 전 배우로 활동하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정말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완전 공감!”

“돈도 명예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그런 건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사실 더 높고, 언제나 변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마음은 적어도 내 마음이잖아요.”


그렇다. 내가 아는 모든 프리랜서는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 아니, 대부분은 ‘사랑한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쇼호스트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지만, 내 주변 동료들이 자신의 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대부분 이 사실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보통 행복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행복의 단편 2.


얼마 전 아내와의 대화에서는 이런 말이 오갔다.


“지금도 여전히 쇼호스트로 일하는 게 좋아? 회사 다닐 때보다?”

“그런 것 같아, 아마! 안 그래도 그걸로 요즘 고민 중이었어.”

“뭐가 그렇게 좋은데?”

“여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일해?”

“그렇지는 않지.”

“적어도 우리는 일이 없을 땐 놀아도, 일할 때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로 하잖아.”


그렇다. 프리랜서는 매 순간 전력질주한다. 전력질주할 일이 없으면 없는 거지, 적어도 내게 일이 주어진 순간 살기 위해서라도 전력질주를 한다. 나는 이것 또한 내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통 본인 의지로 최선을 다했다면 그 일을 후회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직장을 다녀봤지만, 아무리 주인의식을 가진다 해도 그게 내 일처럼 느껴지기는 힘들었고, 많은 시간을 종종 ‘뭔가 하는 척’하며 소비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기가 힘들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한다는 이 카타르시스가 내 직업에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매 순간 전력질주하는 업, 제법 근사하지 않은가?




행복의 단편 3.


나는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다. 아침 시간이 바쁜 아내는 여유가 없어, 비교적 아침 시간이 여유로운 내가 맡고 있다. 최근에는 동료 육아 대디들을 어린이집 앞에서 심심찮게 만나지만, 내가 봤을 때 나는 높은 확률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빠 상위 10%에 들어가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많은 선배 육아 경력자들은 말한다. 아이는 다 때가 있어서 그 시기를 함께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돌아갈 수 없다고. 나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매번 그 말을 실감한다. 정말 아이는 매일매일 자라는 게 보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예시로 들긴 했지만, 방송이 많은 프라임타임을 제외하면 하루가 많이 비는 업의 특성상 나는 비교적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이것 역시 내 행복의 큰 파이를 차지한다고 느낀다.




행복의 단편 4.


내가 하는 일에도 당연히 갑을 관계가 있다. 단, 내가 선택한 일에 한해서다. 결국 하겠다, 안 하겠다는 내 선택의 결과이니 그 선택에 따르는 일들도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다.


여전히 사람과 하는 일이기에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매일 같은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예전과 비교해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회식과 저녁 자리도 없으니 오히려 그런 자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이러한 고정적인 관계에서 해방된 지금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내 행복의 한 요소다.




이 밖에도 일정 외에 비교적 자유로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단순히 쇼호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곁가지의 일들이 들어와 업을 확장할 수 있다. 무언가 성취를 이뤘을 때, 회사도 소속도 없는 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돌아볼 수 있는 기쁨도 크다. 이 직업은 적어도 내게는 아주 큰 만족감을 준다.


지난번 글에서 나는 밥벌이에 대한 고민을 제외하면 내 업은 모든 것이 다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퇴사를 염두에 두고 회사와의 이별을 준비하던 6개월에서 1년 되는 기간, 나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지금부터 ‘누군가에게 말하는 일’을 내 업으로 삼겠다고. 그건 쇼호스트일 수도, 강사나 세일즈맨일 수도 있었다. 결국에는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적성이 맞고 이 일을 좋아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의 꿈을 응원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쇼호스트 성장기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