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쇼호스트 성장기 (11)

아름다운 이별

by 허성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 직업과 이별해야 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아직 출발점을 얘기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웃기지만 사람 생각이라는 게 마음처럼 되나? 이른 아침 스튜디오 앞에서 소고기 방송을 준비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찌할까?


내 머릿속엔 3가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더 이상 방송이 재밌지 않을 때

-아무도 나를 쇼호스트로써 찾지 않을 때

-이 직업으로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지 않을 때


그중 가장 오래 생각이 머무른 시나리오는 아마도 이 일이 더 이상 재밌지 않을 때였던 거 같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 쇼호스트로써의 모든 과정이 즐겁지는 않다. 때로는 어렵고 때로는 부담되고, 흔히 말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방송 1시간이 즐겁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내게 방송은 그런 것이다. 몇 번을 해도 재밌고, 한 시간이 한 시간 같지 않게 흘러가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


어쩌면 이렇게 살아남은 이유도 내 즐거움이 조금은

화면 밖 누군가에게 전달 되어서가 아닐까?


뭔가 생각만 해도 슬프다. 언젠가는 내게도 그런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내 업임에 감사하다. 자신의 일에 이렇게 즐거움을 느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나는 수많은 모래 중 딱 한 알의 모래와 같은 확률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 이별에 대한 생각이 싫지 않았던 건 언제가 되었건 분명 이별의 순간이 있을 것이며

그 순간을 한번쯤은 그려보는 게 좋았다.


언젠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이 일과 이별을 하게 된다면, 나는 부드러운 연착륙을 하고 싶다. 너무 급하지 않게 너무 당황스럽지 않게 서로가 서로에게 고생했다 말해주며 떠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이별을 그려본다.


하지만 역시 나에겐 아직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많음이 분명하다. 아직은 쇼호스트로써 이루고 싶은 것, 되어보고 싶은 것이 수두룩하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난 또 내가 팔아야 할 제품을 열심히 공부하며 최선의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기 위해 달려 나가리라.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동료 쇼호스트 아무개의 말대로 머리관리 잘하고 외모관리 잘해서 오랫동안 화면 속 쇼호스트 허성현으로 남고 싶다.


ps. 나와 이 직업의 이별 사유가 탈모는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최근 방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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