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쇼호스트 성장기 (14)

나의 결정적 순간들

by 허성현

기록하는 쇼호스트인 내게 기록이 뜸해지는 때가 있다. 주로 생업이 바쁠 때가 그렇다. 감사하게도 12월 한 달은 내게 일적으로도 몹시 바쁜 한 달이었고, 드디어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된 내가 처음으로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난 시기였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6년을 맞아 다시 무엇인가를 적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르며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서 내 나름의 답을 적어본다. 쇼호스트로써 성장하는 모멘텀은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가? 여기서 성장은 실력이 아닌 더 많은 방송과 기회가 어떻게 찾아오는지를 의미한다. 확실한 건 100명의 쇼호스트가 있다면 100가지의 정답이 있다는 것이다. 내 경험이 누군가의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내게는 가장 중요했던 결정적 순간들을 적어본다.




#1_좋은 선배를 만나다

롯데 홈쇼핑에서 주관한 크리에이터의 클래스라는 무료 교육에 참여했다. 여기서 나는 인생의 선배를 만나게 된다. 적어도 4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현역 쇼호스트가 같은 교육에 함께했다. 평소였다면 깊게 친분을 쌓기 어려웠겠지만, 교육생으로 함께 한 덕에 나는 선배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선배의 귀에 피가 날 만큼 질문을 했다. 그렇게 민폐를 끼치며 배운 지식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선배의 추천으로 선배의 방송을 대타로 진행하게 되었다. 해당 방송의 포트폴리오는 내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후에도 선배를 통해 다양한 일할 기회를 얻고, 방황할 때마다 금과 같은 조언을 얻었다. 가장 어려웠던 처음 1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내 목표이자 등대였던 선배의 덕이었다. 나는 방황하는 쇼호스트가 있다면 길잡이가 되어줄, 멘토가 되어줄, 때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줄 좋은 선배를, 동료를 어떻게든 만났으면 좋겠다.


#2_좋은 PD님을 만나다

아직도 기억난다. 2023년 말 나는 쇼호스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연을 만난다. 어느 날 단톡방에 대형 브랜드의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당연히 안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고, 확정됐다는 카톡에 기쁨과 함께 이게 왜 됐지라는 불안함에 밤을 지새웠다. 메이크업을 받고 혹시 몰라 의상을 3벌이나 여분으로 챙겨, 벌벌 떨며 방송에 들어갔던 때가 생각난다. 첫 방송은 내 기준에서는 역시나 망했다. 피디님의 생각은 조금 달랐는지, 나는 지금도 그 브랜의 방송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피디님은 내게 매달 5개 이상의 방송을 주셨던 것 같다. 그 힘으로 난 1년을 더 버텨낼 수 있었다. 이제는 친해진 피디님의 코멘트를 적어본다.

”그때 방송적으로는 성현 씨가 좀 부족한 면이 있었지. 진행도 부족했고, ㅅ발음도 좀 거슬렸고. 근데 다음 방송에 보니까 ㅅ발음이 또 괜찮아져 있더라고. 그리고 그때 무엇보다 성현 씨가 막 되게 사소한 정보도 외워서 말하더라고 ㅋㅋㅋ 그래서 아 얘는 뭐 저런 걸 외워왔냐? 싶으면서도 공부는 확실하게 해 오는 친구구나 싶어서 다시 불렀어~“


매번 느끼지만 피디님들은 각자의 추구미가 있어 쇼호스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 중요한 건 내 스타일을 좋아해 주는 피디를 만나는 일이고,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믿어주는 인생의 피디님을 만났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그런 피디를 만날 수 있다. 당시에는 나도 날 몰랐지만, 내 매력 포인트는 꼼꼼한 준비였던 거 같다.


#3_좋은 스승님을 만나다

마지막 인연은 어떻게 보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인연이다. 나는 당시 가장 핫한 아카데미의 원장님을 꼭 만나고 싶었다. 조언도 듣고, 수업도 들어보고 싶었다. 다만 학원을 다시 다닐 수 있는 비용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해당 학원의 4주짜리 단기수업이 오픈했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참여했다. 그 이후에는 수업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준비한걸 진정성 있게 보여드렸던 거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원장님이 나름 아끼는? 제자가 되었던 거 같다. 이후 원장님께 개인적인 조언과 더불어 제법 많은 방송 기회를 내게 주셨다. 지난 12월은 대부분 원장님이 제안주신 방송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한테는 지난 2년 이렇게 세 번의 인연이 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주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이러한 기회들이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는 마음으로 나를 이끌었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자랑스러운 쇼호스트다. 내 개인의 경험이 고민하는 누군가의 답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 이야기가 아주 조금의 힌트라도 되어줄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잠깐의 처세가 아닌 나만의 진정성을 가지고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있다. 나는 진심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 포트폴리오에는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쇼호스트”라는 내 슬로건이 적혀있다. 매사에 진심으로 우리 모두가 원하는 그곳까지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


어느덧 3년차를 함께하는 필립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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