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량 Apr 04. 2021

사실 입사동기에게 뒤처질까 두렵다

김대리! 해줄말이 있어요


터널 속,

닳아버린 귓굽,

회색빛과 갈증,

때 묻은 책,

한숨,

방전된 노트북,


20대,

나를 연상시키는 단어들,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내달리던 시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 고통의 <뒤 맛>을

느끼지 못했다면,


나를 지탱하는 삶의 깊이는

어디에도 없다.




20대, 대학생활, 취직을 위한 노력, 

낙방, 방황, 앞으로 가야 할 길, 그리고 고민들,


보이지 않는 그리고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내달리던 시간이었고, 


선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터널 속 회색빛 갈증>과 같은 잔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후에도 몇 번의 어려움, 

고통의 <바닥>을 맛본 경험은, 

중요한 고비에서 자신을 지키는 

강력한 에너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는 

현실을 보다 균형 있고 견고하게 

자신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 몇 명이 우리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아직 신입사원 같아서 새로운 부서에서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러 명이나 되니, 예쁘고 발랄한 후배도 보이고 뛰어나고 영리해 보이는 후배들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데 그중에 조금은 더 서투르고, <힘주어 만든 어색한 미소를 가진 후배>가 눈이 띄었습니다. 먼저 앞서가는 듯한 동기들에게 열등감이 있어서인지, 왠지 자신감이 없고 뒷모습이 어두워 보입니다. 한동안 지켜보니 그래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더 갔기에 조금 더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참 후배이긴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 멘토>가 되어볼까 합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앞에 있는 <태블릿에 마음을 따라가> 한동안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것>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블릿 속의 글>

직장인 B는 신입사원이다
유독 더 서투르고
어색해 보인다

뒷모습엔,
쓸쓸함과 외로움이 비친다

단지,
힘주어 만든 어색한 웃음 말고는,
성실함 뿐인 후배에게
왠지, 더 마음이 간다

돕고,
<지지해> 주고 싶다


무엇 때문일까...

<동질감> 같은,
오래전, 어리고 설익은
<내 모습>과 닮아 있다

그래서,
이야기해 주고 싶다.

"차분히 걸어도 된다는 것을",

멋지고 예쁜,
그리고 앞서가는 누군가 에게

"조바심을 갖지 않기를"

이미 가진 <성실함> 이 
더 예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난,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어요.

"자기 걸음으로 가면 돼요"




이전 01화 "이건 내길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