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는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정도의 대멸종을 겪었다. 이 중 공룡 멸종을 제외한 네 차례의 대멸종은 모두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예를 들어 2.5억 년 전의 대멸종 때는 지구의 온도가 5도 올라갔으며, 96퍼센트의 종이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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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재 대기 중에 있는 탄소의 절반 이상은 최근 30년 동안 배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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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위도 지역은 높은 온도와 침수 등으로 인해 점점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세계은행은 2050년경 기후위기로 인한 난민의 규모가 1.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UN의 전망은 그보다 높은 2억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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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대로라면 2040년경 지구의 온도는 1.5도, 2100년경 지구의 온도는 4도 상승한다. 그러면 해수면 상승으로 수백 개의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베네치아, 자카르타, 선전, 페이스북 본사, 백악관, 마이애미 비치, LA의 산타모니카, 그리고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거의 전 지역까지. 그중에는 미국이 핵실험을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마셜 제도의 섬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만 놓고 봐도 반세기 안에 현재 가치로 대략 1조 달러 어치의 부동산이 높은 확률로 물에 잠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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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후위기는 전례없는 자연재해를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 홍수, 폭염, 산불, 태풍이 일상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그러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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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평균 1% 하락한다. 지난 40년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언제나 5%를 밑돌았다. 이대로라면 2100년이 되면 인류의 경제 규모가 조금씩 작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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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단위면적당 식량생산량은 10% 하락한다. 기후위기에 따라 경작 가능한 토지도 줄어들 것이므로, 2100년이 되면 인류는 지금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식량을 생산하게 될 수도 있다. 참고로 UN은 앞으로 30년 동안 인류의 식량 수요가 2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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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1/3은 식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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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류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70%는 폐열로 낭비되고 있다. 미국인은 유럽인보다 2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미국인은 음식의 1/4을 버리고 있다. 상위 10% 부자들의 탄소배출량이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되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지금보다 1/3 정도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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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는 데 사용되는 전력량은 현재 전세계 전기 사용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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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국은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는 평균적으로 절반 이하의 시간만 가동된다. 아직도 두 배 이상의 여력이 남은 셈이다. 2000년 이후 전세계의 석탄 화력 발전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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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현재 여름철 최고기온 평균이 35도 이상인 도시는 350개 정도다. 2050년에는 1,000개 가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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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UN은 2050년이 되면 세계의 도시에서 사용 가능한 담수의 양이 지금의 2/3로 감소할 거라고 추정한다. 세계적으로는 무려 약 5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08년 가뭄으로 인해 프랑스에서 식수를 수입해 와야 했다. 런던과 피닉스 같은 도시들은 이미 물 부족에 적극적으로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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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세계 인구의 절반은 고도가 높은 지역의 눈이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흐르는 강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100년이 되면 알프스의 눈은 70% 이상 녹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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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의 인지 능력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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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이러니하게도, 미세 플라스틱 등 비탄소계 오염 물질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햇빛을 반사해 온실 효과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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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기온이 오르면서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말라이아, 황열병, 라임병 등 전염병의 파급력 역시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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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온도가 0.5도 오를 때마다 무력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10~20퍼센트 정도 상승한다. 범죄율도 상승한다. 자살률도 상승한다(미국은 1도당 1퍼센트, 멕시코는 2퍼센트). 우울증과 조현병, 치매 같은 정신 질환도 악화시킨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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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적인, 장기적인, 세계적인 저성장 또는 역성장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식량과 물 등 자원 위기, 그리고 잦은 대규모 자연 재해가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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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파이가 커지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땅따먹기가 시작된다. 기득권과 나머지 대다수의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본소득 논의가 힘을 얻을 것 같다. 토착민과 이주민(또는 난민)의 갈등도 커질 것 같다. 국가 간의 갈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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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다. 식량, 수자원, 자연 재해를 대비한 인프라, 의료(특히 전염병), 그리고 사회 안전망. B2G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민간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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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정부가 득세할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부, 그리고 사실상 독재 국가들에서의 권위주의 정부. 새로운 시대의 바람직한 정치 체제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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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캐나다가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토가 옥토로 변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영토가 크게 넓어지는 나라.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 세계 각지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이민의 형태로 빨아들이고 있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