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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Feb 26. 2016

여자들이 더 열심히 놀았으면 좋겠다

여자들이 지금보다 다른 남자들과 훨씬 더 많이, 자주, 그리고 찐하게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와이프가 있는 남자들도 다른 여자들이랑 친하게 안 지내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건 하향평준화라고 본다.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 거다. 가뜩이나 다양한 인간관계로부터 유리되는 요즘 세상에서, 나갈 수 있는 자리의 조건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다. 서로를 더 외롭게, 그래서 서로를 더 상호 의존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보다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각자의 삶은 좀 더 다채로울 수 있어야 한다.


질투라는 감정이, 연인 혹은 배우자에 대한 소유욕이, 지금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 꺼’다. ‘난 니꺼, 넌 내꺼’ 같은 식의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타인에 대한 주제넘은 소유욕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소유욕이 좋은 예다. 상대가 주체적인 개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누가 나에 대해 월권행위를 하려 들면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모일지라도, 직장 상사일지라도, 연인 혹은 배우자일지라도.


여자들이 막 나다닐 수 있게 되면,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그녀들의 커리어도 탄력을 받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역량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회사 밖 네트워크는 큰 공헌을 한다. 주변에서 나름 성공하고 있다는 사람들 중, 좋은 네트워크의 뒷받침을 안 받은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한국같이 바쁜 사회에서, 그러려면 늦게까지 놀 수 있어야 한다. 늦어서 안 돼, 남자가 있어서 안 돼, 이러저러해서 안 되면 여자들에게는 너무 기회가 없다.


그리고 그래야 더 좋은 남자들을 만날 수 있다. 내 남친, 내 남편보다 훨씬 좋은 남자들이 널려 있다는 걸 알아야 된다. 그래야 여자들도 아쉽지 않아질 거고, 그래야 남자들도 정신 차리고 더 좋은 연인, 더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다. 사실 연인 혹은 배우자에 대한 지나친 구속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부족해서일 가능성도 크다. 다른 남자를 만나도 여전히 사랑받을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열낼 필요는 없지 싶다.


최근에 성평등 관련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아서 일기장에 끄적이다 보니 쓰게 된 글. 트레바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여성분들이 연인이나 배우자 때문에 소셜 활동을 제약당하는지를 보고 또 듣고 있다. 무턱대고 ‘그게 싫으면 만나지 않으면 되잖아’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데 어떡하나. 이상한 회사 다니는 사람한테 ‘다른 회사 다니면 되잖아’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지 싶다.


이 사람이랑 사귀고는 싶은데, 이 사람이랑 사귀기 위해 내가 희생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을 때, 그리고 그런 관계가 너무 많을 때, 그냥 ‘알아서 해’라고 놔두는 건 별로라고 생각한다. 우리 생각보다 정말 많은 여자분들이 ‘좋은데 싫은’ 관계 때문에 많은 사회적 압박을 견뎌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만약 ‘관계에서 인간미가 너무 없어진다’가 더 큰 문제가 된다면, 그때 가서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왼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으니 좀 오른쪽으로 가자' 식의 메시지가 '왼쪽은 구리다!'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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