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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Apr 06. 2018

팀으로서의 트레바리에 대한 생각

2018년 4월 5일 버전

늘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편이다. 어떻게 보면 열등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나는 항상 모든 면에서 어중간한 사람이었다. 그런 주제에 꿈만 컸다. 현실과의 괴리는 항상 나를 안달나게 했다. 


그래서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동료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혼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잘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다. 보통 친구들이라고 하면 목표보단 취향을 공유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취향보단 목표를 공유하는 관계를, 1:1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그룹을 선호해 왔다. 


아쉽게도 동료들과 함께 멋진 팀웍으로 무언가를 성취해나가는 로망은 늘 로망으로만 남았었다. 어설프지만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던 시도들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돌이켜 보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충분히 멋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는 동료들에게 의존적인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을 꿔나가려면 그 꿈이 충분히 멋져야 했다. 우리는 모두가 혹할 수 있는 근사한 꿈을 꾸지 않았었다. 팀은 꿈에 맞춰진다. 그저 그런 꿈에 혹할 수 있는 팀은 내가 속하고 싶을 만큼 멋진 팀이 될 수 없었다. 


의존과 의지가 다르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의존하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는 건 알게 됐다. 의지하지 않는 사람 곁에도 사람들이 남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잘 의지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감사하게도 지금 나는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꿈은 충분히 멋지지 않고, 나는 아직 모두에게 팀에서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 내 곁에는 여러모로 과분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운이 좋았다.


믿음직한 친구들과 으쌰으쌰하는 게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는 함께 혼을 불태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겪어봐야만 제대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믿음직하다는 게 뭔지, 그리고 혼을 불태운다는 게 뭔지도 그런 종류의 경험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최고의 팀이 아니다. 가끔 최고인 순간들이 있긴 하다. 몇 년에 한 번씩 우승컵을 거머쥐는 스포츠 팀처럼. 하지만 운 좋게 리그에서 정상에 오르면, 우리는 언제나 더 큰 리그로 나아가고자 하는 팀이었고, 새로운 리그에서 우리는 늘 부족한 팀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함께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서운함을 넘어서서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다가 고맙고 소중해서 격하게 포옹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팀은 다듬어질 것이다. 그렇게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이 조금씩 지도에 그려질 것이다리


수십 번도 더 본 만화책 <Beck>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 음 근데 맥락 없이 이 장면만 놓고 보니까 오글거리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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