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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Jan 27. 2019

1901 - 최근에 들었던 좋은 음악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서 주구장창 반복재생했던 노래 다섯 곡.

1. Milky Chance - Stolen Dance


Milky Chance의 데뷔곡이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2013년에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알려졌다. 술을 마시면서 친구에게 '아티스트들이 세상에 자신을 소개하는 새로운 루트가 생긴 것 같아, 뮤직비디오는 점점 더 중요해질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유럽에서만 싱글 앨범이 150만 장, 미국에서는 2백만 장 이상 팔렸다.


Milky Chance는 싱어송라이터인 클레멘스 레바인과 DJ인 필립 도쉬가 메인 멤버인 독일 밴드다. 레바인이 밥 말리나 레이 찰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옛날 아저씨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선율을 만든다면 도쉬는 그것을 세련된 현대적 감수성으로 끌고 들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2. Phum Viphurit - Lover Boy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의 노래. 핀터레스트에서 서핑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앨범 자켓이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이라서 듣게 됐다. 딱 앨범 자켓같은 곡이다. 어설프면서도 중독성 있고, 그리우면서도 최소한의 세련됨이 있다. 그러고 보니 품 비푸릿 역시 'Long Gone'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3. Parcels - Overnight


파셀스. Milky Chance처럼 독일 밴드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것까지 비슷하다. 어제 내한공연을 했다. 못 갔다. 김홍기 대표님 가셨더라고요...부럽습니다...


Overnight은 재작년에 발매된 싱글. 무려 다프트 펑크가 프로듀싱했다. 공연 보고 인상깊어서 미국으로 불러서 바로 작업해 버렸다고. 프랑스 애들이 미국으로 독일 애들 불러서 만든 노래라고 생각하니까 어딘지 모르게 재밌다. 작년에 첫 정규 앨범이 나왔는데, 초창기 작업물들에 비해 다펑과의 유사도가 드라마틱하게 올라간 느낌이다. 그래도 좋다. 다펑이 앨범 자주 내는 느낌이라(?).



4. Vivaldi - La Stravaganza


스테인드 글라스를 좋아한다. 똑같은 붉은 빛도 조명이나 레이저로 내는 것보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거친 햇살일 때 훨씬 우아하고 숭고한 느낌이다. 언젠가는 아지트에도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을 거쳐서 독서모임 하러 가는 복도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핀터레스트에서 스테인드 글라스 이미지를 찾다가 갑자기 이 노래 생각이 났다. 정갈하고 건설적이고 경쾌한 게 주말 오전에 행복하게 듣기 딱이다. 야나체크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었다.


바흐가 피아노(정확히 말하면 하프시코드) 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작품번호는 BWV 975.



5. 에드빈 피셔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분명히 모노보다 스테레오가 더 좋은 게 확실한데, 이상하게 모노가 더 듣기 좋을 때가 있다. 소리도 안 들리는 책이 영화보다 좋을 때가 있는 것과 비슷하려나. 적절한 제약은 빈 공간에 '나'를 끼워넣을 여유를 준다.


모노로 된 좋은 연주가 듣고 싶을 때는 늘 에드빈 피셔를 떠올리게 된다. 스테레오 녹음 시대가 열리기 전에 은퇴해서 모노 연주밖에 안 남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드빈 피셔 하면 역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다. 이래봬도 피아노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평균율을 처음으로 전곡 녹음한 피아니스트 아닌가.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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