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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Jan 19. 2019

적고 적고 또 적는 하루

<불렛저널> 독후감

* 노션이나 트렐로가 낯선 분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글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노션을 켠다. (저번달까지는 트렐로와 에버노트를 켰었다.) '오늘의 해야 할 일'을 연다. 오늘의 하루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본다. 얼추 외운 듯하면 샤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자리에 앉는다. 다시 노션을 켠다. '해야 할 일' 리스트의 가장 위에 있는 카드를 '하고 있는 일' 리스트로 옮긴다. '하고 있는 일' 리스트에는 원칙적으로 한 번에 한 개의 카드만 올라갈 수 있다.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해야 하는 일 카드는 다섯 개씩 만든다. 그래야 스크롤(맥북 13인치를 쓰고 있다)을 내리지 않고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내 삶을 내가 통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스크롤을 내려야 할 정도로 투두리스트가 많으면 일이 지나치게 많은 기분이 들어서 의욕이 떨어진다.


카드가 다섯개보다 많으면 없애거나, 미루거나, 통합한다. 없앨 수 있으면 제일 좋다. 일은 안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일은 진짜진짜 제일제일 중요한 것만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을 때만 통합한다. 각각 다른 용건의 메일 보내기를 '각종 메일 보내기'로 합치는 식이다. 카드가 다섯 개보다 적을 때엔 카드를 쪼갠다. 경험상 더 쪼개지 못하겠는 카드는 없었다.


일은 가능하면 카드에서 한다. 메일도 카드에 먼저 쓴 다음 복붙해서 보낸다. alt+tab 한 번이면 된다고 하더라도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인지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래야 나의 삶을 효과적으로 아카이빙해나갈 수 있다. 이곳저곳에 나의 흔적을 흩뿌려놓으면 모아놓고 돌아보기 어렵다.


일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이 나면 해당 카드에 적는다. 메일을 보내다가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적어도 좋고, 예산 계획을 짜다가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재무 관리에 대한 글을 써도 좋다. 완성되지 않은 생각이어도 좋고, 단순 단어 나열이어도 좋다. 단 미래의 내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나만 알 수 있는 암호는 안 된다.


하기로 한 일은 반드시 한다. 가능하면 예외를 두지 않는다. 애초에 지킬 수밖에 없도록 계획을 짜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조금 느슨해도 된다. 나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먼저다. 업무량은 내가 하룻동안 해낼 수 있는 일의 정도와 내가 속한 환경의 변수에 익숙해진 다음 늘려나가도 늦지 않다. 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작은 성공이어도 좋으니 성공하는 버릇을 들여야 지치지 않을 수 있다.


하루를 마치기 전에 꼭 책상 앞에 앉아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먼저 카드에 적어놓은 것을 한 페이지에 모은다. 그리고 세 가지를 덧붙인다. 1)카드에 담지 못했지만 남기고 싶은 오늘 하루의 순간들. 2)아까는 미처 정리하지 못했지만 조금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생각들. 3)오늘의 감사한 점들. 그러면 오늘의 일기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내일의 카드를 다섯 개로 만든다. 그새 듀를 내일로 잡아둔 카드가 일곱 개, 열 개로 불어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그렇다. 일은 정리하지 않으면 소리소문없이 불어 있다. 다섯 개가 되면 안심하고 잠자리에 든다.


라이더 캐롤의 <불렛저널>을 읽은 김에 '기록'이라는 키워드로 나의 하루들을 돌아보는 글을 써봤다. <불렛저널>은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갈증이 강한 사람에게는 꽤 즐겁게 읽힐 수 있을 것 같은 실용적인 지침서다. 주위 사람들에게 열심히 권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사전에 적극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 단순히 외부에서 쏟아지는 요구가 우리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내버려둔다."


"우리는 저항이 가장 작은 길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그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멀어지는 길이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알고 있는가?"


"경험에서 배울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무수히 자책하며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간결성과 명확성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내용이 너무 짧으면 나중에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고, 너무 길면 생각을 적는 게 귀찮은 일이 돼버린다. (...) 의미를 잃지 않고 내용을 간결하게 쓰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이벤트가 발생한 후 최대한 빨리 경험을 풀어내는 게 좋다."


"더 나은 > 완벽한"


"왜라고 묻는 것은 의미를 찾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작지만 신중한 단계다. (...) '왜(인생의 의미가 무엇인가?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작은 왜부터 질문하기 시작한다. '내가 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 '애인은 왜 나를 짜증나게 할까?' '대체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지?'"


"맹목적으로 과거를 붙들고 있으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믿음을 부여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가 자동조종장치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뚜렷한 의도 없이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는 단지 우리 삶에 흉측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에 대한 반사적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장기 목표를 더 작은 독립적인 목표로 나누면, 하나의 마라톤을 몇 개의 단거리 질주로 바꿀 수 있다. (...) 목표를 단기 목표로 쪼개면 압박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감사할 뚜렷할 대상을 찾아보면 건강, 집, 가족, 친구, 강아지 등이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대상은 바닥나기 마련이다. 전에 적어 두었던 것을 살짝 바꿔 다시 사용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그러면 그때부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구태의연한 대답이 고갈되면, 소재를 위해 우리는 일상 속 경험에 깊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 좋은 것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험을 자세히 살펴볼 때, 좋은 것을 찾고 감사히 여기는 일에 능숙해진다."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지나 인정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지지나 인정을 얻지 못했을 때, 우리는 부족함을 느끼거나 더할 수 없이 화가 나고 혼란스러워한다. 우리는 왜 기분이 나빠질까? 바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분노처럼 좋지 않은 감정에 대해 책임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혹은 인식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 감정을 전달시킬 수밖에 없다."


"힘들고 단조로운 행동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일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에 집중하라. 빨래를 하면 샤워 후에 보송보송한 수건을, 회사 갈 때 깨끗한 셔츠를, 잠자리에 들 때 빳빳한 시트를 얻는다.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일을 잘해냈다는 만족감을 얻고, 급여를 받으며 그 돈으로 하와이로 휴가를 떠날 수도 있다. 장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테이블에 차려놓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완벽함은 비정상적이고 해로운 개념이다. 물리적인 세상에서는 아주 가까이 살펴보면 완벽한 존재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함이라는 우리만의 정의, 즉 결점이 없고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태를 전적으로 고수하는 건 비정상적이다. "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개발하는 데 집착한다. 우리의 신체, 마음, 성과, 관계를 위해 종종 잘못 이해한 이상을 붙들고, 거기에 부응할 수 없어 우리의 열망은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가장 큰 자기혐오의 원천 중 하나다. 잘못된 의도성으로, 자기발전을 망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써버린다."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것은 가야할 곳에 역점을 둔다는 의미다. 즉 지속적인 의미의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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