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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Feb 09. 2019

일일시호일을 보고

비장한 형식미와 달관, 그리고 정적인 분위기


비장한 형식미와 달관, 그리고 정적인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게 다도 특유의 분위기인지, 일본 전반을 어느정도 커버하는 문화인지, 아니면 이 영화만의 정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더 봐봐야 알 것 같다.


트레바리 아지트에서 다도를 경험할 수 있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졌다. 다도는 순간에 집중하고, 감각하고, 감사하는 행위. 전쟁같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가는 도시인들 입장에선 잠시 멈춰서는 이 시간이 정말 큰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이 이 사람과의 마지막인 것처럼 차를 대접하라.’ 영화의 대사였는데 아지트의 슬로건이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반복해서 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라는 대사도 좋았다. 그리하여 여러분, 올해 8월에 오픈할 강남 아지트의 F&B 공간에는...!


‘형식이 먼저고, 마음을 형식에 담는다’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표현하고 싶은 본질을 형식화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다수의 입장에서는 포맷부터 체화한 다음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외우려고 하지 말고 몸으로 익혀라’ ‘익숙해져서 손이 기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도 같은 맥락의 대사.


* 원작은 모리시타 노리코의 <매일매일 좋은 날>. 나온지 20년 좀 안 된 책이고 지금까지 40만 부 가량 판매됐다고 한다.


* 일본에서는 두 달 동안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좋은 영화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원작의 유명세 때문이었을까, 키키 키린의 마지막 주연작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내가 아직 일본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걸까.


* 주인공인 노리코 역을 맡은 쿠로키 하루는 90년생인데 스무 살부터 마흔이 넘은 나이까지를 제법 잘 커버했던 것 같다. 아카데미 여우신인상이랑 여우조연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우는 연기는 좀 이상했는데 그게 배우의 문제인지, 감독의 문제인지, 아니면 일본 문화에 대한 내 낮은 이해도가 문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친구인 미치코 역을 맡은 타베 미카코는 89년생. 낯이 익다 했더니 <심야식당>에 나온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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