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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Feb 27. 2019

완벽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예민함을 가르칩니다>를 읽으면서 한 생각

오답을 내놓는 게 싫어서 아무 문제도 안 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쓸 자신이 없어서 아무 것도 쓰지 않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 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언젠가 잘 하고 싶어서 뭐라도 하는 게 훨씬 더 멋지고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툴러도 일단 해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가끔씩 지치고 힘 빠지더라도 일단 꾸역꾸역 버텨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원래 가본 적 없는 길을 걷는다는 건 좌충우돌 우왕좌왕 우여곡절일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 또는 성취라고 부르는 것들은 다 그렇게 묵묵하게 걷다 보니 어느새 넘은 고개들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 싶다.


정작 본인은 딱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도전의 완벽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서 싫어한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다는 것의 무거움을 잘 모른다. 그래서 속편하게 이러쿵저러쿵 말만 한다. 막상 트랙에 올라서면 자기도 허점투성이일 거면서.


완벽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도전을 꺼리게 된다. 부족하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뭔가를 말하기 전에 나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 건강함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냉소를 더할지를 고민해보면 열에 아홉은 후자였다.


아웃박스의 <예민함을 가르칩니다>를 읽으면서 한 생각. 아웃박스는 젠더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아니라 '나답게'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모임이다. 아직 작지만 언젠간 커질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계신 분들. (아웃박스의 선생님들중 두 분은 트레바리에서 젠더이슈를 다루는 GD라는 클럽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계시기도 하다 ㅋㅋ)


이들이 항상 좋은 변화만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거고, 나중 가서 후회할 만한 타협을 할 수도 있을 거다. 응원과 지지란 어느 정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런 사람들이 없는 세상보단 있는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하고 희망차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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