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희망, 역동, 겸손의 프레임
"흥정을 할 때에는 대개 가격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밀고 당기기를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격이라는 한 가지 요인으로만 거래를 하면 필연적으로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 쪽은 잃을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된다. (...) 협상은 다르다. 적어도 둘 이상의 거래 조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 협상은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위한 의사소통 과정'이다." - <류재언의 협상 바이블> 중
흥정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게 단순하고 깔끔해진다. 문제를 진단하는 기준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정의 끝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고, 강자와 약자가 있고, 선과 악이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이득과 손실이 있다. 인간은 명료하고 단순한 생각에 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feat. 팩트풀니스), 흥정의 프레임은 협상의 프레임보다 훨씬 흔하고 편하다.
협상의 프레임은 난이도가 높다. 협상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면,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다를 수 있고,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내 혀는 맛있게 느끼고 있는 음식인데 이게 누군가에겐 맛대가리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직관과 감각을 본인의 의지와 이성으로 거슬러야 한다.
당사자끼리 잘 협의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광의의) 당사자들이 있었음을 사후에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나름 뿌듯하게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신나게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같은 결과를 놓고도 여러 가지 시선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못났거나, 쟤가 나빠야지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원래 세상은 복잡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려깊었더라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은 항상 일어난다.
하지만 협상의 프레임은 언제나 더 나은 창의적인 대안이 있다는 희망의 프레임이기도 하다. 얼핏 보기엔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날 것 같은 문제라도, 분명 모두가 덜 불만족하고 더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은 존재한다. 단지 아직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다른 세계를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더 필요로 하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 그걸 찾아서 나누면 된다.
협상의 프레임은 역동의 프레임이기도 하다. 누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당황스럽다. 불쾌하다. 그러나 협상의 프레임은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거래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래서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분노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 또는 교훈을 무기로 다음 번 거래를 더 좋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협상의 프레임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것은 각 당사자들이 해당 거래에 동의할 만한 요소가 어딘가에 있었다는 점을 뜻한다. 내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해서 당사자들의 선택이 틀려지는 건 아니다. 협상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선뜻 참견해서 의견을 내놓기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거래를 한다. 돈과 제품을 거래하기도 하고, 감정과 감정을 거래하기도 하고, 기회와 재능을 거래하기도 한다. 어쩌면 삶 자체가 거래의 연속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거래를 흥정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협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사실 각자의 선택의 몫이겠다. 뭐가 더 좋은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흥정의 프레임은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내가 사는 세상은 무척 단순 깔끔 명료하지!'라는 쿨하고 속 편한 사고방식이기도 하니까.
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막 '흥정의 프레임' '협상의 프레임' 같은 용어 만들어서 썰 푸는 거 너무 쑥쓰럽다 ㅋㅋㅋㅋㅋ그..그래도 독후감은 써야 했어..! #독후감 #협상바이블 #류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