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트레바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수영 Jun 30. 2019

트레바리가 주고 싶은 편리함과 불편함

끊임없이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발을 내딛는 것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인간집단의 단순화다. (...) 인간은 각자의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단순화된 신념체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만큼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처럼 단순해져서 이루어지는 반대 방향의 싱귤래리티, ‘리버스 싱귤래리티’의 가능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 인간은 점점 봇을 닮아가고 있다. 봇의 특징인 기계적 단순성, 집단적 사고와 행동, 자동반사적 반응은 소셜 미디어 시대 인간에게서 두드러지는 패턴이다. 인간과 구분이 가지 않는 봇의 행동만큼이나, 봇과 구분이 가지 않는 인간의 행동은 자주 관찰된다. 봇과 닮은 인간, 봇맨 Botman 의 등장이다." - <가상은 현실이다>, 주영민


우리는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왜 사과보다 바나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내가 왜 유독 남들보다 깔끔을 떠는지도,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도, 어떤 사람이랑 친하게 지낼 때 내 삶이 가장 풍요로워지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협소한 경험을 통해 나를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순간의 기분을 통해 나의 기질을 잘못 정의하면서 산다.


우리는 생각보다 세상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주장이 사실은 꽤 신빙성 있다는 것도, 내가 절대 쓰지 않는 제품이 사실은 엄청나게 좋다는 것도, 내가 전혀 다룰 줄 모르는 기술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거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은 보통 알지 못하는 것을 괜히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싫어하면서 산다.


나와 세상을 더 잘 알기 위해, 끊임없이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발을 내딛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세상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될 수도 있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불쾌하다 못해 불행해질 것이다. 유독 호기심이 강한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우리를 적절히 불편하게 만들어줄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트레바리는 그런 특별한 장치가 되고 싶어하는 회사다.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을 때 제일 나쁜 점이 있다면 내가 읽기 싫은 책을 다른 사람이 골랐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일 좋은 점도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라면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되는 것. 대부분은 예상대로 재미없겠지만, 가끔은 나의 세계를 확 넓혀줄 책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의도적인 불편함을 통한 우연한 발견은 우리가 생각하는 트레바리 서비스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트레바리에서 제일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어떤 사람과 교류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랑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이 트레바리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솔루션은 개인화에 따른 추천이다. 최대한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분석해서, 고객이 가장 관심있어할 법한 클럽을 추천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어떤 클럽을 열 것인지, 신청 페이지의 ux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점점 더 데이터를 열심히 참고 및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진짜로 고객과 사회한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필터 버블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걸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트레바리를 즐기고 났더니, 멤버들이 오히려 더 편협해지거나 완고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다. 그렇다고 고객을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회사가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현명한 지점은 애매모호한 회색지대 어딘가에 있겠지. '고객이 용인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불편함' 정도가 현재 트레바리의 기조가 아닐까 싶다.


#독후감 #주영민 #가상은현실이다 #트레바리 #오늘은1907시즌모집마지막날 #스무자리도안남았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촉의 축적과 데이터 기반 가설 검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