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을 읽고
<파워풀>에 대한 오해가 있다. <파워풀>에서 주장하는 대로 회사가 운영되면 넷플릭스에서처럼 직원들이 매일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해고 안 당할 수 있으려나'라는 두려움에 떨 거라는 오해.
그러나 <파워풀> 어디에도 해고를 무기로 직원들을 두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파워풀>의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회사는 성장해야 한다. 그러니 함께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최대한 효율적이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메시지다. 다만 이 철학이 넷플릭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잔혹할 정도의 비정함이 연출되었을 뿐이다. <파워풀>은 죄가 없다. 굳이 비판하자면 그 타겟은 넷플릭스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잘못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눈부시다.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5년 전만 해도 5천만 명 수준이었다. 그리고 2019년 1분기 현재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무려 세 배로 오른 1.5억명이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구독자 수가 3배 오르는 동안 주가는 무려 6배가 올랐다(개인적으로 재미를 좀 봤다! 만세!). 적어도 회사의 성장이라는 측면만 놓고 봤을 때,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분명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고객에게 좋은 회사가 꼭 직원에게도 좋은 회사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직원에게도 그렇게 나쁜 회사는 아니다. <파워풀>에도 나오는 것처럼,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경제적 보상을 지급하며, 설령 넷플릭스에서 해고된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갈 수 있는 회사는 넘쳐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과 열정적으로 일하는 경험 또한 엄청난 베네핏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솔직하다. 넷플릭스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넷플릭스의 경쟁적이고 냉혹한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니만큼 속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 듯하다. 제 발로 걸어나오는 사람들도 '각오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줄은 몰랐다'거나, '나는 이런 문화에는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도의 반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자발적 퇴사율만 놓고 보면 미국 전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2018년 하반기 기준으로 넷플릭스는 8%, 미국 평균은 6%).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워풀>의 내용과 넷플릭스의 사례에 대한 비판이 많은 이유는 <파워풀>과 넷플릭스 특유의 해고에 대한 긍정적인 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해고는 필요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별은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만 필요한 건 아니다. 직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악의 동료들을 내치지 않기 위해 선량하고 유능한 동료들을 고통받게 한다면, 회사는 유능한 사람부터 잃을 것이고, 결국엔 모두를 잃을 것이다.
또한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멋진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언젠가 창업을 하기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한 배움의 수단으로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빡세게 일해서 큰 성과를 낸 다음 큰 보상을 받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생계 유지 수단으로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뒤섞여 있는 사회보다는, 각자에 맞는 회사를 잘 찾아서 다닐 수 있는 사회가 훨씬 더 자유롭고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같이 갈 사람'과 '헤어질 사람'을 나누는 기준을 무엇으로 둘 것일까여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최고가 아니면 얄짤없다'일 수도 있고, 삼성전자처럼 '임원부터는 얄짤없다'일 수도 있고, 브릿지워터처럼 '우리 식구가 되기 전까진 얄짤없다'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그 기준을 가능한 한 투명하고 명료하게 정하면, 그 기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지원하거나, 머물거나,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좋은 기준이었는지 나쁜 기준이었는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조직문화가 좋아도 실패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고, 조직문화가 구려도 성공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다는 건 함정ㅋㅋ)
#독후감 #파워풀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