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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Jul 30. 2019

왜 독서모임을 파나

개인적으로 덕을 많이 봤다

1909 시즌 모집이 시작된지 사흘 정도 됐다. 당연하지만 거의 하루종일 어떻게 하면 모집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너무 파는 행위 자체에만 몰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해야 할까? 왜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해야 할까? 나는 왜 이렇게 독서모임이라는 프로덕트에 대한 애착이 클까? 생각해보면 한 2, 3년 전만 하더라도 어떻게보단 왜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되새겨 보면...


개인적으로 독서모임 덕을 정말 많이 봤다. 독서모임 덕분에 정기적으로 책을 읽었다. 독서는 사실 음주가무와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활동은 못 된다. 독서모임이 아니었으면 책을 거의 안 읽었을 것이다. 게다가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은 혼자서라면 읽지 않았을 책들이 많다. 아마 독서모임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편협한 사람이 됐을 거다.


사실 책 읽기보다 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된 건 독후감 쓰기였다. 썼던 글 재탕하긴 싫고, 뻔한 글도 쓰기 싫었다. 그렇다고 욕 먹기도 싫었다. 그래서 독후감 쓰는 데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고작해야 인쇄하면 세 장도 안 나올 글 한 편을 쓰는 데는 언제나 열 시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분절돼서 돌아다니던 단상들이 꿰어져서 나름 정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생각이 되기도 했다.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때려잡던 생각들이 정리돼서 명료한 나만의 언어가 되기도 했다.


언제나 논리적으로 무탈한 글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가독성이 좋게 쓰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내 글과 생각의 부족함을 찾아냈다. 부끄러울 때도 불쾌할 때도 많았지만 결국 오고 가는 논쟁 속에 덕을 보는 건 나였다. 그래서 항상 기를 쓰고 아젠다를 던지고 내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려고 했다. 내 아이디어가 도마 위에 오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정말 컸다.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모임은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활동이었다. 나는 여전히 장기적+정기적으로 읽고-쓰고-대화하는 경험의 가치에 대해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가지고 있다. 주체적이고, 개방적이고, 정합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 독서모임은 정말 훌륭한 동반자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서 주체성, 개방성, 정합성은 개인의 입장에서나 사회의 입장에서나 꼭 필요한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헬스장 가서 셀카만 찍고 온다고 근육이 생기는 게 아니듯 독서모임은 참여자의 진정성 있는 성실함을 요구한다. 그런 열정을 넛지하는 건 서비스를 만들어서 파는 우리가 해내야만 하는 일일 테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왠지 모르게 독서모임에 대해 비정상적인 애정을 갖고 열심을 다하진 않을 테니까. 아무튼 이 새벽에 갑자기 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고 감사함에 부풀어오를 수 있어서 좋다 ㅋㅋㅋ진정성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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