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떠올리고 기억하자
오늘은 토요일이 아니다.
4월 16일이다.
나는 광화문에 가지 못했고 집에서 글을 썼다.
이제 일상적으로 주말은 나에게 또 다른 일을 하는 시간 중 하나가 됐다.
최근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영화에 투자했다.
처음으로 이름이 영화에 실렸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겨우 3만 원을 투자한 것인데
그 행복이랄까 뿌듯함은 배로 돌아왔다.
우선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자랑이나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인스타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을 찍어서 올렸다.
자랑스러웠다고 말하는 그녀의 게시물에 으쓱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시위에 참여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삭발하고 광화문까지 걸어가는 현장에 나는 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가족들과 마주 보고 포옹했다.
그들에게선 땀 냄새가 났다. 안산에서부터 며칠 동안 걸어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새콤한 내음이 잊히질 않는다. 세월호 엄마 아빠의 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올해는 책을 열심히 사서 보고 있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더 좋은 직장에 가야 하고
서른이 다가오니까 결혼 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이 마당에 나는 책을 구입해서 밀린 숙제하듯이 읽고 있다.
세월호에 계속 신경을 쓸 수 없지만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였고
나는 그 후 2년을 내 나름대로 보내고 있다.
앞으로 시간은 더 많이 지날 것이고 나도 어쩌면 오늘을 잊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현실감을 잃지 않고 꾸역꾸역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다.
세월호 친구들과 나는 딱 열 살 차이다.
이 형이 오빠가 <나쁜 나라>의 한 구성원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 말해 줄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미수습자 9명이 아직 바다에 있다. 현재 계획 중인 7월 인양이 꼭 실현돼서
그들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