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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Dec 30. 2016

꿈의 세계, 라라랜드

여기는 시궁창인가요

뒤늦게 열광의 라라랜드를 봤다.


중후반까지 덤덤하다가

후반부에서 울컥하곤 했다.


영화는 계절이라는 장치로 극을 환기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아마도 가을과 겨울 그 사이에서

영화의 감동이 내게 머문 것 같다.


우선 꿈이라는 테마에서 이른바 무장해제가 돼버렸다.

강제적으로 말이다.


음악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며

자부심이었던 때가 있었다.


2011년, 복학한 대학을

다시 휴학하고,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공연을 두 번 열었다.


그해 7월,

2주간 팀원의 집에서

기거하며 힙합 음악을 만들었다.


훅(hook)이라고 부르는

후렴구와 노래에서 내가  맡은 가사를  지었다.


훅은 주로 영어로 도배됐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단어를 조합한

꽤 조악한 내용이었다.


반면에 가사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한글로 써 내려갔다.

 

어찌 됐든 해당 기간에 7~8개 등의 곡을 만들어

당해 10월 말, 처음으로 기획한 공연을 열게 됐다.


이를 위해 공연 스텝이 필요해

대학 후배는 물론, 그간 연락하지 않았던

고향 친구들에게 하루만 공연 스텝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연고도 없는 지방 소도시에  내려와

선배랍시고 도와준 후배에게

이 공간을 빌어 감사를 전하고 싶다.


또 그때 도와준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때도 그랬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내가 먼저

그들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2011년, 앞서 언급한  공연 이후

그해 차기 연말 공연으로 내 음악생활은 끝맺게 된다.

이로써 내 음악 커리어를 막을 내린다.


함께 했던 유일한 팀원인

그와 결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는 거꾸로

고향에서 서울로 도피해

다음 해 3월부터 학업을 이어갔다.


라라랜드는 이상하게

나름 치열했던 2011년도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흘러가겠지'였던 것 같다.

'물처럼'이라는 수식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나는 세월의 강을 흘러

이 곳에서 글을 쓰며

과거를 반추하고 있다.


가끔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낯설 때가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됐던

LA가 주인공들에게 꿈의 공간이었다면


내게 진주는

친숙하지만 결국 도피해야 했던

내 지난날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잘 흘러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그렇다"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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