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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Dec 29. 2016

나는야 성당맨

습관인가 신앙인가

2009년 크리스마스,

군대에서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약 10개월 간 교리 수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헌병 특기였던 나는 일요일마다 진행하는 교리 수업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특히 전날 근무가 새벽까지 이어졌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일(일요일)에 4시간 정도 잠들고 일어나 

성당에 다녀왔다.


성당은 군생활 중 나에게 짜릿한 자유를 가져다줬다. 

나는 장갑차 운전병이었다. 이 때문에 괴로웠는데

그 이유는 장갑차 운전을 잘 하지 못해서다. 


그러니까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내게 지시를 내리는 병사 혹은 간부의

명령에 잘 따라야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늘 불안했나 보다. 

당시 소대 최선임 간부였던 안 중사에게

쌍욕을 듣고 머리를 맞아가며 운전을 배웠다. 


그래서 방어운전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이야기가 샛길로 갔는데 다시 성당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적은 소대 인원 중 나는 이른바 '왕따'였다. 


내가 맡은 운전을 잘 못한다고 낙인찍혀있었으니

선임 후임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라고 할까.


이 상황이 일종의 '박해'라고 봤던 것 같다. 

흡사 예수님이라는 존재가 당했던 것처럼 

 자신을 동일시했다.


따라서 성당에서는 누구보다 밝고 웃음이 많은

'헌병'이었다. 


교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군대서 성가대 활동을 했다.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가능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성당을 다니고 있다. 

올해 예비군도 끝났으니 세월은 더 흘러만 갔다.


여기서 질문,

'내 신앙은 더 깊어졌는가'


습관처럼 지속해서

성당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데

이 믿음은 어디에서 올까.


정말로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존경하고 그들의 존재를 믿는가.


최근 다니는 성당의 어느 형은 

'의심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을 인상 깊게 여겼다.


의심하면 할수록 

하느님은 "어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식사할 때 기도하고

주일마다 성당에 가도


평상시 그분들을 마음속에서 찾지 않으면

사실상 내가 '신자'라고 불리는

사람이 될 자격은 없다고 여긴다.


어찌 됐든

나는 군대서 세례를 받고

현재까지 성당에 잘 다니고 있는

성당맨이다. 


거리낌 없이 

한 점 부끄럼 없이

성당에 다닌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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