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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May 21. 2019

<일주일 제주도민이 되었네1>

좀 깁니다

#1일 :  4.3 평화공원과 바다와 자전거(1편)


예고했던 날이 꽤 지나서 글을 쓴다. 


조금 희미해질 수도 있어서 송구한 마음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4월 30일, 

아침 8시 가까이 제주도에 도착했다. 

오늘 가고자 한 곳은 딱 하나, 4.3 평화공원뿐이었다. 


버스를 잘못 탔다. 

버스 번호는 맞았는데, 다음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터미널 내부에도 간이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제주도 각지에 도착하는 버스가 많았다. 


여기서 조금 헤맸다. 


반대쪽 버스정류장에 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버스는 타지 않고 다시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꽤 걸렸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마음을 차분히 고쳐먹는 데 까지 약 30분 정도 걸린 듯하다.

배가 고파서였던 것일까. 


터미널 내부에 있는 먹거리를 먹기 시작했다. 


오뎅을 먹고 국물을 마시며 기분이 편안해졌다. 

계란도 하나 사 먹었다. 하나에 500원이었다.


지갑엔 5만 원짜리가 있었고, 아주머니는 쿨하게 거스름돈을 주셨다.


나오는 길에 계란을 하나 더 샀다. 나중에 배고플 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어떤 마을에서부터 안개가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앞에 탄 긴 생머리 여성 분이 제주도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하는 것 같았다. 

남자 친구였을까. 


그녀와 같이 내렸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상징물이나 조형물에 관심이 갔다.


동백꽃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고, 

검은 돌을 쌓아둔 탑(?)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형태의 바위가  보였다. 

염원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제주도는 검은색 바위가 많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위들을 쌓은 벽들이 있었다. 

그리고 벽 앞 뒤면에는 시로 채워져 있었다.


모든 시를 읽지 못했지만, 최대한 소리 내어 읽어보려 했다. 


그중 하나만 소개해보려 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잔인한 학살이 있었느냐 하면,

                                                                            김경훈


그건

집단광기로도 설명이 부족하고

상부의 명령에 따랐다는 변명으로도 모자라다


그건 

적이 된 대상을 무조건 죽여도 된다는

학살의 합리화가 이미 내면에 자기 잡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들 피학살자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또한 학살자 자신이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무엇보다 스스로 히틀러가 되고 이승만이 되었기 때문이다

총이라는 완장 그 무기의 권력에 자신을 죽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학살의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으니 반성하는 놈 하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것들이 대낮에도 버젓이 준동하고 있는 것이다

호시탐탐 재기를 엿보며 망동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에 들어왔을 때 여전히 안개가 둘러싸고 있었다. 

까마귀는 계속 울어댔다. 죽은 영혼을 불러대는 것 같았다. 


시를 읽다 보니 어느새 해가 뜨고 하늘이 열렸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본격적으로 공원을 둘러보기 전에 

전시관에서 공부를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중학교 정문 앞에 그려진 4.3 

그렇게 전시관에서 5시간을 보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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