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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Jun 13. 2019

<일주일 제주도민이 되었네>

4.3 평화공원과 바다자전거(3편)

평화공원에서 떠날 시간이 되었다. 


터미널에서 사 온 삶은 계란을 먹고 전시관 내부 카페에서

꾸덕한 요구르트를 먹었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다. 


칙칙한 하늘은 우울했고 까마귀가 까악 대며 사정없이 울었다.


버스를 기다렸다. 중간에 어플로 택시를 불러 타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 순간 부러웠다. 지쳤던 모양이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또 다른 관광명소가 있다고 들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날 예정이었다.


숙소에 가야 했다. 어느새 시간은 5시 30분께 되었다. 

15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버스가 왔다. 

숙소까지 가려면 처음 출발했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갈아타야 했다.


갈 때와 자리가 달라서였나, 아니면  되돌아가는 행로라서 그럴까.

풍경이 달라 보였다. 익숙해진 것 같았다.

서울의 작은 도심이나 어느 지방 소도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주위 맛집을 찾아보기 위해 어플을 켰다. 

기사 식당이었고, 가격도 저렴해 보였다. 

혼자서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먹을 수 있었다. 6000원에 말이다. 


제주는 '돼지의 섬'이라고 그랬다. 그만큼 돼지로 만들어진 메뉴가 많았고

식당에서 정식을 주문하면 꼭 돼지고기가 함께 나왔다. 

너무 많이 고기를 먹는 것 같아 마음이 찔리기도 했다. 

채식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고기만 먹는 것도 좋은 건 아닌 거 같았다. 

 

제주 여행을 하며 가격이 착한 식당을 찾으려 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었다.

배가 고프거나 휴대폰 배터리 충전이 필요할 때 식당에 들어갔다. 

든든하게 먹고 나니 숙소로 가야겠다 싶었다. 


오늘 찾아갈 숙소 이름은 '바다와 자전거'다.  왜 이곳을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저렴해서인데, 그래서인지 조금 걱정이 들었다.

 

'혹시 별로면 어떡하지, 첫날부터 숙소가 아쉬우면 여행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울 거 같은데'


생각할 게 많았지만 그냥 예약했다.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고내리에 갔다.

다음 정류장을 안내하는 버스 방송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제주도에는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있는데

여행 내내 시외버스를 탈 경우가 많았다. 먼 지역을 넘나드는 만큼 정류장 간 거리는 상당해 보였다.


긴장하고 있었다. 한 정거장이라도 지나칠 경우 그만큼 다시 더 걸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앞섰다.

다행히 무사히 고내리에 내렸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자그만 식당들이 있었다. 뭐랄까 홍대 골목 어귀에 있었던 감수성이 재현된 느낌이랄까.

시골 동네 같으면서도 간간이 모던한 가게들이 있어서 적잖이 놀랐다. 

해가 질락 말락 하는 하늘이 예뻤다.


'바다와 자전거'는 1층은 카페로 2층부터 숙소가 있는 곳이었다. 

체크인을 하려고 카페로 가서 인기척을 냈더니

이미 게스트들이 와서 고기 파티를 하고 있었다.


정말로 바로 앞엔 바다가 있었고, 자전거가 있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 분이 식사는 하고 왔냐고 물으셨다. 

네 먹었다고 하니, 괜찮으면 내려오시라고 하며 2층 방을 안내해줬다. 

8인 도미토리 룸이었다. 2만 원도 채 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게스트 하우스 투어이기도 했다. 

저렴한 금액으로 어딘가에 묵을 수 있고,

또 제주의 특별한 마을을 탐험할 수 있으니 나에겐 딱이었다. 


샤워를 하고 내려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1층으로 내려갔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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